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한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을 통해 더욱 무르익어갈 것으로 보이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원위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란봉악단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12일 공연을 앞두고 돌연 북한으로 철수하면서 향후 후폭풍에 뒤이은 양측의 불화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 김 위원장의 방중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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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굳은 얼굴을 한 채 베이징의 서우두(首都)공항에 모습을 보인 모란봉악단 단원들. 이날 예정된 공연 직전 북한 당국의 철수 방침에 따라 평양으로 귀환했다./제공=신화통신.
북한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13일 전언에 의하면 모란봉 악단의 철수 직전만 해도 양측의 관계는 진짜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좋은 듯했다.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축하 사절로 류윈산(劉雲山) 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10월 10일 방북한 사실이나 최근 쑹타오(宋濤) 신임 당 대외연락부장이 취임과 거의 동시에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면담한 것은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를 잘 대변하지 않았나 싶다. 이 분위기는 9일 양측 당 실무자들의 물밑 접촉을 통해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신화(新華)통신과 중국중앙방송(CCTV)를 필두로 한 관영 언론은 연일 모란봉악단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10일 열차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당초 3회에서 5회로 연장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만 3일도 안 된 12일 오후 모란봉악단이 부랴부랴 철수하면서 이런 양측 간에 조성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막을 내렸다. 현재 중국 언론을 머쓱하게까지 만든 악단의 철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현송월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분노,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당정 최고 지도부의 공연 불참 가능성과 관련한 북한의 불만 등이 우선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언급한 수소폭탄 보유 주장에 따른 양측 간의 갈등, 공연료나 단원들 대우에 대한 견해 차이 등 역시 이유가 됐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이에 대해 관영 신화통신은 “거우퉁셴제(溝通銜接·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양측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애둘러 시인하기도 했다.
양측은 이번 사태로 상당히 얼굴을 붉혔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앞으로도 일정 기간은 좋은 얼굴로 현안들을 논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정법대학의 H모 교수가 “양측은 혹을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버렸다.”면서 모란봉악단의 공연 계획이 신의 한수였다가 오히려 악재가 돼버렸다고 한탄한 것은 때문에 적절한 표현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