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직업들 중에는 반드시 필요하나 존재할 이유가 없으면 더 좋은 것들이 많다. 대체로 사회적으로는 인식이 나쁘지 않은 직업군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우선 의사가 그렇다. 불가능한 얘기이나 의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세상이 유토피아와 진배 없다는 상상을 해보면 진짜 틀린 말은 아니다. 법조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이든 사회든 법적 다툼을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은 솔직히 아무리 좋게 봐도 이상적이라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점에서는 기자 역시 같은 운명이 아닌가 싶다. 듣거나 보기에 별로 좋지 않은 뉴스도 매일 보도하는 것이 기자들의 운명이니 이렇게 단언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좋지 않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겪게 되는 개인의 스트레스까지 더하면 확실히 기자는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베이다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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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가장 일출의 광경이 좋은 허베이성 베이다이허. 그러나 올해는 스모그로 뒤덮였다. 사람들도 별로 찾지 않았다./제공=신화(新華)통신.
병신년 새해도 이미 이틀째로 접어들었다. 어느 국가에게나 희망이 넘쳐야 할 때다. 그러자면 분위기도 좋아야 한다.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신년에 해맞이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을 대표하는 수도 베이징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를 방문, 해맞이를 하는 것을 일종의 전통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전통이 바랬다. 베이다허로 가려는 베이징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지난 해 말부터 베이징을 비롯한 화베이(華北) 지방에 강력한 살인 스모그가 내습한 탓이었다. 베이다이허에 가 봐야 해맞이는커녕 스모그만 잔뜩 마시고 올 테니 누가 가고자 했겠는가.
기자는 베이징에서 20여 년 동안 활동하면서 황사와 스모그 등 자연재해를 많이 목격했다. 기사도 많이 썼다. 하지만 지난 해만큼 많이 쓴 적도 없다. 올해는 더 할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마치 운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기자가 좋은 직업이 아니라는 자괴감마저 뒤따른다.
2일 새벽 베이징의 스모그는 심각하다.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서는 1급 경보인 적색 경보를 내려야 한다는 예보를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다. 상태가 앞으로도 2-3일 더 갈 것이라고도 전망하고 있다. 향후의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기자로서는 계속 이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존재할 이유가 없으면 너무 좋은 직업 중 하나가 기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뼈아프게 절감하는 새해 벽두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