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비롯한 중국의 금융기관은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듯 그동안 파산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막강한 실탄을 가진 중국 정부 당국이 그동안 무한 보증 등을 통해 지원을 든든하게 해온 탓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하는 금융기관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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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오 인민은행 부행장이 금융기관도 파산할 수 있다는 충격적 발언을 한 상하이의 루자쭈이 포럼 전경. 기업부채의 급증에 따른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언인 듯하다./제공=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이런 단정은 장타오(張濤) 인민은행 부행장이 최근 “경영상황이 어려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파산은 시장의 원칙에 따라 필요하다.”는 파격적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크게 무리하지 않은 듯했다.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관영 언론의 13일 보도에 의하면 장 부행장이 과거 듣기 어려웠던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전날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루자쭈이(陸家嘴) 포럼 석상에서였다. “구조조정을 해야 할 금융기관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 파산에 이르도록 운명지어진 금융기관은 시장의 규율에 따라 파산에 이르러야 한다.”면서 중국의 금융기관도 파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피력한 것.
중국 금융계의 수장 중 한 명인 장 부총재의 이런 발언은 정말 이례적이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70% 정도에 이르는 과도한 기업부채 비율이 중국 경제의 현안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도 같다. 기업부채에 발목이 잡혀 쓰러질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다가는 연쇄파산의 더 큰 수렁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화근을 사전에 잘라 금융위기의 싹이 애초부터 자라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보인다. 더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공식통계 1.75%의 10배 수준에 이를 정도로 높아 완전히 제 코가 석자라고도 할 수 있다. 현실 자체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장 부행장의 발언이 당장 금융기관의 파산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은행 등이 파산하는 경우가 생겨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어졌다. 한마디로 중국 금융 당국이 예방주사를 놨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이제는 고도의 시장경제로 더욱 깊숙하게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