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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두산중공업 채권 만기 연장 동참하지만…자구안 비공개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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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0. 04. 22. 06:00

시중은행 대부분 만기 연장 전망
정부·국책은행 '고통분담' 행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만 제출
정상화 방안 모른채 만기 연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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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맞은 두산중공업에 대해 시중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와 국책은행들이 ‘고통분담’을 권고한 만큼 일단 지원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보낸 자구안이 시중은행에게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어떤 정상화 방안을 강구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자금 지원만 하게 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에 대출 등 자금을 공급했던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만기를 연장해줄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은행은 이달 만기가 되는 400억원 규모 채권에 대해서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오는 7월 만기가 되는 800억원 규모 채권에 대해서는 아직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이 역시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도 2270억원 규모의 대출이 오는 8월 만기 된다. 우리은행도 내부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이 먼저 신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채권단에게도 대출 연장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시중은행도 기존 대출 만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운영자금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수출입은행은 이날 외화채권 상환을 위한 5868억원 규모의 대출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채권단 지원은 지난달 23일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체결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시중은행에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 지원 효과를 유지하도록 대출을 회수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두산중공업 채권단 협의에서도 국책은행이 시중은행에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한 대출 회수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두산중공업 지원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만 제출한 채 시중은행에는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구체적인 자구안을 검토하지 못한 채 대출 연장 등 자금 지원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두산그룹 측은 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이나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구안 공개를 꺼리고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당장 대출 회수에 나선다고 해도 기업에 유동자금이 없어 회수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니겠나”라며 “은행들도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인 만큼 고통분담을 위해 기존 대출 만기 연장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신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할 정도로 신뢰가 높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려면 두산중공업이 자구안을 채권은행에 공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대출 연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외국계은행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하기보단 채권 회수 가능성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중에서 SC제일은행은 1780억원 규모, HSBC 등 다른 외국계은행도 4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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