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 “사람 아끼는 마음 인성·소양에 달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1024010011421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2. 10. 24. 11:09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야전(野戰) 복지' 최전선서 고분분투
사회복지원각 매일 250명 이상 밥 제공
"보시는 무아사상 배우는 장, 삶을 바꿔"
원경스님 인터뷰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은 '야전(野戰) 복지'의 최전선 종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 심곡암에서 만난 스님은 평소 참선하는 바위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서울 성북구 북한산에 있는 심곡암은 서울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조용한 암자다. 그러나 정작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의 삶은 느긋하고 편안한 것과 거리가 멀다. 그는 '야전(野戰) 복지'의 최전선인 종로 탑골공원 노인 무료급식소를 8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보리스님 이후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일을 맡으면서 원경스님의 삶은 달라졌다. 지난 18일 심곡암에서 만난 스님은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면서 "누군가는 해야 했을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해보니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빈부격차나 지위고하에 달린 게 아니라 인성과 소양이 좌우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풂이야 말로 삶을 바꾸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최근까지 조계종 총무원에서 사회부장을 역임했다. 걸어온 길을 말씀해달라.

"1983년 송광사에서 현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중앙승가대 8회 졸업생이다. 조계종 15대 종회의원(2010~2014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2012~2014년), 중앙승가대 법인처장(2015~2017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2021년 6월~2022년 9월) 등 소임을 살았다. 1998년부터 서울 북한산 형제봉 심곡암 주지로 있다. 아울러 2015년부터 종로 탑골공원 옆 노인무료급식소인 사회복지원각의 대표를 맡고 있다. 문화포교에 관심이 많아 심곡암에서 산사음악회를 하고 있고 시집 '그대 꽃처럼'은 물론 무료급식소 활동을 담은 에세이 '밥한술 온기한술' 등 몇권의 책을 써낸 작가기도 하다."

-노인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 운영 현황은 어떤가.

"사회복지원각은 보리스님이 최초 설립해서 운영하던 것을 1998년 이어 받은 것이다. 다시 본격적으로 운영할 때까진 시간이 좀 걸렸고, 2015년부터는 연중무휴로 하루 평균 250명의 노인을 위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불자들과 공공단체 그리고 회사 등을 대상으로 10여 명 안팎의 봉사단을 구성했다. 이들이 한 달에 하루씩 릴레이 방식으로 봉사하고 있다. 한 달에 1500만~2000만원이 급식운영비로 들어간다. 경비는 개별 후원과 단체후원으로 충당해 오고 있다. 후원에는 경비후원과 물품후원이 있다.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을 살려 천(千)시일반 만(萬)시일반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CMS후원 방식으로 정기후원을 받는 게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어려운 점은 없나.

"봉사자 모집이 현재 가장 어려운 문제다. 봉사를 시작한 지 오래되니까 봉사자들이 연로해지고 있다. 새로운 봉사자가 필요하다. 무료급식을 받는 노인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후원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70~80대다. 지금은 불운한 처지에 있지만 한국경제를 일궈낸 주역이다. 불행이 닥쳤다고 해서 체면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인격이 없는 게 아니다. 경제 발전의 혜택을 본 우리들이 이분들을 돌봐야 한다."

-인상적인 일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나.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코로나19 확산기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였다. 당시는 지금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심각했다. 집단감염병을 처음 겪다 보니 봉사자들이 두려움에 봉사를 주저하고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형편이 좋지 않은 분들이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봉사와 후원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 때 보니까 모두가 주저할 때 가장 앞장서서 봉사한 분들은 정작 가진 게 많은 법조인들이었다. 헌신적으로 덕을 베푸신 민일영 전 대법관님의 모범적 활동이 영향을 줬겠지만 이분들을 통해 깨달았다. 결국은 애민(愛民)정신은 소유의 많고 적음이나 지위고하의 문제가 아닌 인성과 기본 소양의 문제였다."
원경스님 인터뷰
무료급식소 운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설명하는 원경스님./김현우 기자 cjswo2112@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와 후원은 '보시(유무형의 것을 베푸는 행위)'의 실천인데 보시 관점에서 설명해달라.

"불교에선 세상의 이치 근간에는 인과가 있다고 본다. 누구라도 적선(積善)을 행하면 과거·현재·미래와 조상·자신·후손에게 그 영향이 미치기 마련이다. 하루 식사 비용과 물품을 전담해서 보시하시고 좋은 일이 생겼다고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그런 마음자체가 내면의 덕성을 키우는 것이고 복스러운 마음이 '정토'인 셈이다. 객체의 생명이 있고 공동체의 생명이 있다. 우리는 연기(緣起)적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롭다. 보시는 무아(無我)사상을 배우는 장이다."

-후원자나 봉사자 중 보시 행위로 크게 공부했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나.

"청소년기 반항하는 아이들이나 방황하는 친구들이 부모와 함께 봉사면서 마음이 순화되고 경건해지는 경우를 봤다. 부모는 사회의 어려운 면을 자식들에게 깨닫게 해준 셈이고, 자식 입장에선 가족과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것 같다. 전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도 우리 급식소에서 하루 체험을 하시면서 몰랐던 현장 사정을 알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하루를 사회복지원각의 한끼로 해결해야만 하기에 최대한 밥을 많이 달라고 하는 노인을 처음 보셨던 것이다. 누구나 이곳에 한 번 방문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좀 더 넓은 공간 확보와 지속적인 무료급식을 위해 사회복지원각 소유의 건물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원각은 탑골공원 인근 건물을 빌려서 운영 중이다. 겪어보니까 건물주들이 마음이 틀어지면 상업논리로 무료급식소를 나가라고 하는 경향이 있더라.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까지 불우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건물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함께 동참해달라."

-불자 또는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신앙과 수행은 아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반드시 실천해야 공부가 완성된다. 조금이나마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덜어내어 남을 돕고, 정진하자. 베풂은 자기 삶을 바꾸는 비결이고, 사회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다."

clip20221021155939
점심 시간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원각 앞에 줄을 선 노인들./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