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차'로 불리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G90은 대표 플래그십 세단이자 현대차의 최신 기술 집약체다. 지난해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이후로 디자인과 기술력 측면에서 혁신을 보여주는 럭셔리 세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G90은 지난 3월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엔진과 옵션 구성 등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점은 롱휠베이스 모델에만 탑재됐던 가솔린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e-S/C) 엔진을 일반 모델에도 옵션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S/C 엔진은 모터로 압축시킨 공기를 슈퍼차저를 통해 엔진에 한 번 더 밀어넣어 출력과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지난 7일부터 2박 3일간 G90 연식변경 모델을 타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 200㎞를 주행해봤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3.5 터보 48V e-S/C와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 등이 적용된 풀옵션 모델이다.
g902
0
2023년식 제네시스 G90./우성민 기자 @starmin
우선 외관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달라진 점을 꼽자면 기존에는 20인치 휠이 최대 크기였지만 연식변경 모델은 21인치 휠을 옵션으로 추가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SUV나 스포츠카에 들어갈 법한 21인치 휠은 G90의 웅장함을 한층 더했다.
차 내부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편안함이 강조됐다. 동그란 모양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은 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네비게이션 화면이 순전히 운전자 쪽을 바라보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쇼퍼드리븐 차량으로서 후석(상석)에서 잘 보이는 각도로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조그 다이얼로 화면 터치 없이 조작이 가능해 큰 불편은 없다.
시동을 걸고 가속패달을 밟자 전기차처럼 조용히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특히 저속에서의 엑셀 반응이 확연히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존 모델은 G90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강조한 탓에 가속 시 굼뜬 현상이 있었지만 e-S/C가 적용되면서 터보랙이 줄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차체와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G90에 새롭게 적용된 ESEV 기술의 가상 엔진음은 다이나믹하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 매력적이었다.
g90 2열
0
2023년식 제네시스 G90 뒷좌석 모습./우성민 기자 @starmin
G90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안정감과 주행감성을 극대화했다. 심지어 시속 60㎞로 과속방지턱을 지나도 충격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는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노면 정보를 인지하고 서스펜션을 최적화하도록 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결과다.
조수석 뒷자리인 상석에 앉으니 비로소 이 자리를 중심으로 디자인됐다는 느낌이 들 수 있었다. 옵션 이름에서 보듯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케 했으며 롱휠베이스 사양이 아니더라도 레그룸은 광활하다 싶을 정도로 넓었다. 또 한번의 버튼 조작으로 시트가 뒤로 젖혀지고 조수석은 앞으로 완전히 밀착되는 동시에 발받침이 내려와 발을 완전히 뻗을 수 있었다. 시트 등받이는 크게 눕힐 수 있어 기존 세단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뒷좌석에서 내리려 문을 살짝 열었을 땐 후측방에서 차량이 다가옴을 경고하는 동시에 후방 상황을 앞 모니터에 띄워줘 안전한 하차가 가능했다.
정리하면 시승 첫날 2시간 가량을 연속 주행했음에도 승차감이 좋아 피로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높았다. 뒷자리 상석에서 주행을 경험한 동승자는 기업 회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VIP를 모시기 위한 차량으로 제격인 셈이다. 향상된 엔진 반응 속도와 최고 출력 415마력, 최대 토크 56.0kgf.m의 강력한 성능을 갖춰 오너드리븐으로 타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2023년형 G90의 판매 가격은 일반 모델 9407만원, 롱휠베이스 모델 1억6757만원이다.
G90 3
0
10.2인치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전동식 후석 모니터. 뒷좌석에서 내리려 문을 열 때 후측방에서 차량이 다가오면 모니터에 후측방 상황을 띄워준다./우성민 기자 @star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