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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장난 내부통제’… “금융당국, 영업제재 강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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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 최정아 기자

승인 : 2025. 02. 04. 17:30

상명하복 순응적 조직문화 만연
단기성과 치중 경영방침도 문제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부담
이사회 기능 강화·엄정 대응 필요
반복되는 부당대출에 금품 수수까지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서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내부통제 강화를 앞다퉈 강조하고 있음에도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방침과 느슨한 조직문화 등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이 엄정한 제재를 강조한 만큼, 은행들은 납작 엎드린 상황이다. 우선 내부통제 강화 시스템을 구축·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빠른 안착을 위해 조직 강화에 힘썼으며, 외형 성장보단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핵심성과지표(KPI)를 개편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정기 검사 결과, 총 3875억원(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 이 외에도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과 영업행위 관련 전산시스템 미흡, 온정적 문화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 대응 부실 등의 사례를 발견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를 비용적 요소로만 인식하고,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도 순응하는 조직문화가 여신 등 주요 업무영역에서 내부통제 미작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형 확대에 치우쳐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방침 또한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 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임직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외형성장 목표만을 추종하거나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은행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등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2022년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마련됐음에도 금융사고가 반복된 탓이다.

특히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을 앞두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기다리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복현 원장이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이 없다"라는 의지를 밝힌 만큼,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

이에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농협) 회장을 비롯한 은행장들은 제1과제로 내부통제 강화로 꼽았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 강조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완료했으며, 조직 개편과 인력 확충을 통해 빠른 안착에 힘쓰고 있다.

외형 확장에만 치중하는 경영 전략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라 내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KPI를 개선, 올해부터 적용에 나섰다.

금감원 또한 책무구조도 안착과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현하고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감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의 잦은 금융사고와 관련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감사를 강화시켜야 하기에, 이사회·감사에 전문·독립성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부당대출 등과 관련해 영업 제재를 강하게 해야 한다"며 "잘못된 부당대출 회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강훈 기자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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