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위의 가치이자 기본이다. 정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헌법에 적시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의 핵심이 바로 안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 지역을 강타했던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매우 중요하다.
지반침하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 지하에 묻혀 있는 노후된 상하수도관, 지하에서 진행하는 공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장 붕괴 사고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때문에 철도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필요한지, 이에 수반되는 철도 지하공사가 안전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철도사업자 모두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역대 정부가 교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빼놓지 않고 있는 것이 철도사업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도시철도 신설·연장, 트램 추진 등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신안산선을 포함해 서부선 경전철, 위례신사선, 동탄도시철도, GTX 신설·연장, 철도 지하화 사업 등 철도 관련 사업만 20여개에 이른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된 철도사업인데 안전까지 담보할 수 없는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실공사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지하공사는 지상공사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의정부시가 의정부경전철을 추진할 당시 지하공사를 고려하다가 포기한 것은 다름 아닌 비용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용문제를 절감해 탄생한 의정부경전철 역시 현실은 비참하지 않았는가. 돈 되는 사업이 아닌 것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는 끔찍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집값 문제 때문에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경제적 논리에 안전은 뒷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해당 지도에는 현재 진행 중인 도시철도 지하공사 구간과 연관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2500만대 시대에 UAM(도심항공교통) 등 새로운 모빌리티가 등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경제성이 없는 지반침하 사고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된 철도사업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시철도 시하공사를 무조건 막자는 얘기가 아니다. 안전이 100%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시철도 지하공사가 과연 미래를 내다보는 획기적인 교통사업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