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대기업 일제히 가격 인상…커피·라면·과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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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6개월간 가격을 인상한 식품·외식업체 수는 60곳이 넘는다. 라면과 커피·유제품·과자·드레싱 등 생필품 대부분에서 인상 조정이 이뤄졌고 일부 품목은 두 차례 이상 올랐다. 가격 인상이 단순히 일시적 현상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구조화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체감도가 가장 큰 품목은 커피였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30일 맥심·카누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평균 8.9% 인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반년 새 두 차례 인상이 이어진 셈이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맥심 모카골드(180개입)는 2만9100원에서 3만4780원, 카누 아메리카노 미니(100개입)는 2만2400원에서 2만6700원으로 각각 19.2% 상승했다. 커피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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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업계 역시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빙그레는 3월 더위사냥·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류에 이어 5월 요플레 오리지널 멀티(4개입) 가격을 3780원에서 3980원으로 5.3% 인상했다. 2개월 간격으로 품목을 나눠 가격을 조정한 셈이다. hy는 대표 발효유 제품인 야쿠르트 라이트를 220원에서 250원으로 13.6%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가공유·발효유 등 5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켈리 등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지난달 평균 2.7% 인상했고 오비맥주는 4월 중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가격을 평균 2.9% 조정했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맥주 가격마저 오르면서 외식비 부담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자류는 인상폭이 더 컸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초코송이는 편의점 기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올랐고 촉촉한초코칩도 2400원에서 2800원으로 16.7% 상승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2월까지 8개월 사이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초코빼빼로(54g)는 1700원에서 2000원으로 17.6% 인상됐고, 크런키(34g)는 1200원에서 1700원으로 41.7% 뛰었다.
대상은 올해 1월 드레싱 제품 가격을 23.4% 인상했고 후추 제품도 19% 올랐다. 조미료처럼 사용량 대비 단가가 낮아 소비자 저항이 적은 품목들에서 큰 폭의 인상이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대부분의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재료비 상승과 고환율을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했고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까지 급등한 시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안정되며 원가 부담도 일부 완화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업계의 설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성과 정국 혼란 시기를 전후해, 일부 기업들이 가격 인상 시점을 집중적으로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계엄 선포와 탄핵·대선 등 연이어 발생한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분산된 틈을 타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원재료비가 오를 때는 인상 조치가 신속히 반영되는 반면 가격이 내려갈 때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구조적 비대칭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60여곳의 식품·외식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조정한 데는 불확실한 시기 속에서 수익성을 고려한 판단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