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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불법 낙태약 온라인 유통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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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승인 : 2025. 06. 03. 18:37

틱톡 등 SNS서 판매…관련 법 개정 필요
불법 약 복용 21세 여성에 징역 9개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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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임신 중절약 미페프리스톤./AP 연합
아시아투데이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말레이시아에서 불법 임신 중절(낙태)약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되고 있어 보건 당국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가 충분치 않아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2일 더선데일리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림 잭션 말레이시아약사협회(MPS) 사무총장은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미소프로스톨이 임신 중절에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세태를 두고 "의료진의 처방 하에 사용돼야 할 강력한 약물"이라며 "잘못 사용할 경우 자궁 출혈, 패혈증, 자궁 파열, 심지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약물의 무분별한 유통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현재 틱톡 등 SNS에서 불법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절에 대한 법적 제약이 불법 약물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971년 제정된 의료법에 따라 공인된 의료인이 산모의 생명 또는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임신 중절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그 외의 경우는 형법상 범죄로 간주된다. 현행 형법 제312조에 따르면 임신 중절 유도는 최대 징역 3년, 형법 제315조에 따라 태아의 출산을 방해하거나 사후 사망을 유도한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과학대학(USM) 약물연구센터의 다르샨 싱 박사는 "미혼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결국 불법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달 2일 임신 5개월 차에 불법으로 임신 중절약을 복용한 혐의로 21세 말레이시아 여성에게 징역 9개월형이 내려져 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해당 여성은 틱톡을 통해 미스프로스톨을 600링깃(약 17만원)에 구매한 뒤 복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월 1800링깃(약 55만원)의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며 76세 부친과 2명의 미성년 동생을 부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실형을 면할 수 없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낙태를 둘러싼 현행법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 정책 싱크탱크 갈렌 건강 및 사회정책센터는 낙태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아즈룰 칼리브 센터장은 "현행 낙태법은 현대 의료 현실은 물론이고 젊은 여성, 미혼모, 저소득층 여성의 삶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임신 12주 이내 임신 중절에 대한 국제 기준과도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는 미소프로스톨과 경구용 임신 중절약인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안전한 낙태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미페프리스톤이 등록조차 돼 있지 않으며 미소프로스톨 또한 위궤양 치료에만 사용이 허가돼 낙태 목적의 사용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형법이 아닌 보건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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