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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외교로 평가받지 못한다. 당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에 합의했지만 이듬해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다. 이후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했고, 비핵화라는 당초 목표도 사실상 달성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8년 만에 이 사진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그가 싱가포르를 단순한 실패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 그에게 싱가포르는 비핵화 협상의 성패를 넘어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처음 마주 앉았던 역사적 순간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닉슨과 트럼프는 모두 상징성이 극대화된 외교를 펼쳤으나, 그 궤적은 판이하다. 닉슨의 방중은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의 비밀 방중과 수년간의 물밑 협상 끝에 이뤄진 결실이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악수는 긴 협상의 결과였다. 반면 트럼프는 정상 간 만남 자체가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에 가깝다. 그는 실무 협상보다 지도자 간 담판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고, 싱가포르 회담은 그런 외교 철학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싱가포르 회담은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만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비핵화라는 목적지는 도달하지 못했을지언정, 수십 년간 이어진 적대 관계의 틀을 흔든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만나 악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장면 자체가 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후속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해서 싱가포르가 남긴 상징적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접근은 트럼프 외교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국제기구나 관료 조직보다 최고 지도자 간 결단을 중시해 왔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6일 만에 종전 및 비핵화 타결에 이른 과정에서도 세부 조항보다 정상 간 결단과 정치적 상징성을 앞세우는 방식이 반복됐다.
물론 김정은 사진 한 장만으로 북미대화 재개를 예단할 수는 없다. 북한은 과거보다 훨씬 강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긴밀해졌다. 북미 대화의 환경은 2018년과 크게 달라졌다. 다만 주목할 점은 타이밍이다. 트럼프는 이 사진을 올리기 직전 이란과의 종전 및 비핵화 합의 서명을 예고했다. 중동의 전운이 걷히고 거대 난제가 일단락되는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결로 남은 또 다른 핵 고차방정식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여전히 워싱턴이 풀어야 할 마지막 핵 난제다. 트럼프가 던진 사진 한 장이 과거의 향수일지, 새로운 외교 무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란 전선이 정리된 지금, 세계의 시선이 다시 한반도로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