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준비부터 추락…부부 공모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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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해 가족을 숨지게 한 지모(49) 씨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아내 김모(49) 씨와 대화한 기록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대화를 통해 아내가 차량 추락 직전까지 생존해 있었고, 두 사람이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씨는 당초 단독 범행을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아내 김씨도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며 공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부부는 범행 나흘 전 자택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에 타 마실 음료를 함께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광주 자택을 출발해 무안의 한 펜션에서 하루 숙박한 뒤, 31일 오후 전남 진도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목포 한 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이들은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진도항으로 향했다. 이후 차량이 바다로 돌진한 시점은 이달 1일 오전 1시12분경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지씨는 혼자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차량 추락 약 40분 뒤인 오전 1시53분경 서망항 인근 도로로 올라와 공용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그는 이후 인근 야산에서 노숙을 하다 2일 오후 3시38분께 근처 가게에서 휴대전화를 빌려 형에게 연락했다. 형은 지씨의 지인에게 차량 지원을 요청했고, 지씨는 같은 날 오후 6시18분께 진도에서 광주로 이동했다. 경찰은 44시간 뒤인 2일 오후 9시쯤 광주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지씨를 체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약 1억6000만원의 채무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울증을 앓던 아내를 돌보느라 직장생활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생계를 감당할 수 없었다"며 "추락 전 수면제를 먹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니 무서워서 차에서 혼자 탈출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씨의 진술과 블랙박스, 시신 부검 결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종합해 아내 김씨의 공범 여부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