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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학력 인플레 심각, 핵공학 박사도 하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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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06. 09. 13:47

취업난에 석, 박사 과정 대거 진학
학위 취득해도 취업난 직면
박사 학위자가 동 사무소 직원 취직
임금도 높지 않아 상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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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배달업체에 소속된 라이더들. 이들 중에는 고학력자들도 상당히 많다. 학력 인플레이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신징바오.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중국의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을 향해 달려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높은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동 사무소, 배달 업체 직원 등으로 근무하는 케이스를 상기하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매년 55% 전후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낮다. 취업에 실패할 경우 이 졸업생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졸업생들의 약 20% 전후는 진학을 결행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는 내친 김에 박사 과정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학위를 취득해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너무 고학력인 탓에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될 수도 있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상디(上地)의 가도판사처(동사무소)에서 연초부터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추이(崔) 모씨 사례를 살펴보면 현실을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명문 베이징대에서 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나 번번이 취업에 실패, 현직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上海) 황푸(黃浦)구 난징루(南京路) 일대 요식업소들의 배달을 대행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황(黃) 모씨 케이스도 딱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푸단(復旦)대 출신의 회계학과 석사이나 온갖 음식 냄새를 맡아가면서 열심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처지가 돼 있다.

이처럼 고생을 하는데도 추이, 황 모씨의 임금은 박하기 그지 없다. 각종 공과금을 빼면 5000 위안(元·94만5000 원) 남짓하다. 혼자 생활하기도 빠듯하다고 해야 한다. 둘 모두 미혼인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 런민(人民)대학의 팡창핑(方長平) 교수가 "중국의 출산율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은 분명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최근 중국 청년들의 취업난과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에 안타까워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학력 인플레이션의 생생한 현장은 이외에도 많다. 지난달 22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 소재한 둥난(東南)대는 박사학위 보유자를 대상으로 구내식당 매니저 구인 공고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당시 누가 응모를 하겠냐면서 대학 측을 비난했으나 응모자가 꽤 있었다고 한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개개인에게도 큰 손해를 가져오나 국가적으로도 백해무익하다. 교육부를 비롯한 중국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10여 년 정도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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