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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옐로카드 두번이면 퇴장인데…기업에 철벽 쳐주는 법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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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6. 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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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도 옐로카드 두 번이면 퇴장당하는데...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에서 옐로카드는 경고카드로 통합니다. 고의성이 없는 반칙이면 구두로 경고를 하고 상대팀에 어드밴티지를 주지만 조금 심각한 사안일 경우 심판은 옐로카드를 부여하게 됩니다.

문제는 옐로카드를 추가로 한 번 더 받을 때 즉 경기 중 총 2장을 받을 때입니다. 이때 카드를 받은 선수는 퇴장해야 합니다. 해당 경기는 물론 사안에 따라 적게는 추후에 있을 한 경기 또는 최대 세 경기까지도 출장 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옐로카드보다 심각한 건 레드카드입니다. 받는 선수는 즉시 퇴장해야 합니다. 축구를 예를 들어보면 손을 써서 골을 넣는다든지, 주먹으로 상대방을 구타한다든지, 관중에게 침을 뱉는다 던지 등 심각한 반칙을 저지를 때 부여받습니다. 역시 카드를 받은 선수는 향후 최대 6경기까지 출장정지를 받게 됩니다.

최근 A라는 회사에선 3년간 세 번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건설현장도 아니고, 위험한 중장비를 동원하는 조선업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억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사고가 났을 때 이 회사는 다신 사고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외쳤습니다. 총수가 나서 머리 숙이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왜 이런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걸까요. 그냥 제조업의 사망 사고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1.6명의 근로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고들의 희생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고령자·여성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선 사과하며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끝나선 안됩니다. 공장 문을 닫고 안전점검을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노동자의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이들의 생명을 '돈'이나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발표한 수많은 재발 방지 대책에도 같은 사고가 나오는 건 그렇게 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룰'이 있고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법'과 '제도'로 부릅니다. 공놀이도 경고 두 번이면 퇴장당합니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 회사는 레드카드를 3번 받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퇴장은커녕 여전히 경기장에 남아 뛰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개혁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대한민국의 일터에서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도 나서지 않습니다. 정치·기업·언론·사법·소비자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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