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합병 조건부 승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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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텔레콤이 2023년부터 추진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임원 겸임 방식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다. 공식 합병에 성공할 경우 OTT 이용자수 1위인 넷플릭스와의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에서 2026년 말까지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도록 조건을 부과하며 통합 이후에도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가격 안정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합병 후 신규 요금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가입자가 1개월 내 재가입시 기존 요금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콘텐츠·AI·디지털 플랫폼 육성을 신산업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티빙·웨이브 통합 역시 정책적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을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사의 통합은 결국 이뤄질 것"이라며 "강력한 로컬 OTT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사업자 모두에게 형성된 만큼,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는 방식으로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합병이 현실화 될 경우 넷플릭스와의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도 이뤄질 전망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5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451만명으로 2위인 티빙(716만명)과 약 두 배 수준의 격차가 난다. 웨이브는 413만명으로 4위에 자리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의 발전은 경쟁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되는데, 현재 OTT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같다"며 "비슷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OTT 합병이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돼야 하는 시점에서 해외 플랫폼과의 건강한 경쟁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성민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글로벌 OTT를 제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해야 하고, 콘텐츠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국내 OTT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OTT가 너무 많고 구독 서비스도 과잉된 상황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오히려 이용자 선택 피로를 줄일 수 있다"며 "선택의 폭은 간결해지고 콘텐츠의 다양성은 유지되는 구독 환경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