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업에서는 정 반대
알리바바 등에서 가능성 엿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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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기업 민주화가 어느 정도 활발하게 이뤄지는지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난상토론이 대단히 자유로운 온라인 사내 게시판의 존재에서 잘 알 수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이런 문화가 없는 곳은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단언해도 좋다고 한다. 베이징의 한 ICT(정보통신 기술) 업체 직원 류(劉) 모씨가 "온라인 사내 게시판은 전 직원 의사소통의 장(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없을 경우 기업의 존재 의미는 제로"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로 보면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장에서부터 말단 인턴까지 가입된 웨이신(微信·위챗) 등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는 소통 문화 역시 거론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 기업에서 못할 말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소통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 폭발적인 동호회 모임과 당정이 공식 인정하는 공회(노동조합) 이외 조직의 결성이 이뤄지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 중국의 기업 민주화는 이제 상당한 수준이라고 단언해도 괜찮을 듯하다.
이 단정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사례가 최근 발생, 중국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의 최고 ICT 기업 중 하나로 유명한 알리바바의 기업용 메신저 딩딩(釘釘·Ding Talk)의 연구개발 책임자로 알려진 Y 모씨는 최근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강행했다고 한다. 개인 창업을 위해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하지만 조용히 퇴사하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인트라넷에 무려 1만자, 200자 원고지로 환산할 경우 30여장에 이르는 이른바 '퇴사의 변'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이다.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알리바바가 대기업병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얘기였다. 부언하면 혁신과 도전 정신, 창의성은 사라지고 무사안일, 관료주의가 판을 친다는 비판을 가했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의 글은 알리바바의 인트라넷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목되는 사실은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바로 인트라넷에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체로 Y모씨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대기업병의 타파를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를 비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이런 케이스는 이제 중국 내 기업에서는 특이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일인 탓이다. 중국의 기업 민주화가 뉴노멀(새 표준)이 됐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정치 민주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과하지는 않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