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그룹·할리우드 액션 서사 결합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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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이중생활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헌트릭스는 무대 위에서 슈퍼스타로, 무대 밖에서는 악령과 싸운다. 이 작품은 K-팝 그룹의 운영 방식과 팬덤 문화를 바탕으로 할리우드식 액션 서사를 결합한 시도다. 해외 창작진이 K-팝을 이야기 중심에 두고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팝 콘텐츠가 해외 창작진의 기획 아래 국내 배우와 스타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워 제작된 방식이 이례적이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했고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았다. 아덴 조·켄 정·다니엘 대 김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들과 안효섭·이병헌 등 한국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이러한 흐름은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K-팝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영국 제작사 이매지네리엄 프로덕션은 배우 이정재와 함께 K-팝 첩보 액션물 '시크릿 아이돌'(가제)을 준비 중이다. 연습생으로 위장한 비밀 요원이 글로벌 범죄 조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K-팝 산업의 리얼리티와 액션 서사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K-팝 아이돌이 글로벌 콘텐츠의 서사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복합적인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고유의 서사 구조와 팬덤 문화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세계관·리얼리티 프로그램·뮤직비디오·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이야기를 확장하는 형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실험하려는 글로벌 제작자들에게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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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팬덤의 즉각적인 반응성과 높은 충성도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다. K-팝은 기획 초기부터 잠재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르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음악·산업 구조·팬 문화 등을 모두 포괄하는 K-팝은 현재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플랫폼이 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업계 한 관계자는 "K-팝은 단지 음악이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팬덤·캐릭터성을 동시에 갖춘 복합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과 제작사들이 K-팝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