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美관세 압박 등 영향
"韓, 美와 충분한 소통으로 합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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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 1.5%를 합해 5% 국방비를 제안하고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합의를 추진했다. 뤼터 총장이 제시한 목표 달성 기한은 2032년이었지만 회원국들은 2035년으로 늦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원국 다수는 '5%는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주장해 왔다. 노르웨이와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4월 벨기에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달성 준비가 안 됐다" "우리 목표는 3%"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회원국들은 "현재 기준(2%)을 적용해도 나토 32국 중 9국은 여전히 목표 미달이고, 미국조차 현재 3.38% 수준"이라며 5% 요구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부담과 미국의 고율 상호 관세 압박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관세 폭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 대표단은 미국 측과 비공개 회의에서 "(무차별 고율 관세로) 세계 경제를 붕괴시켜 놓고 국방비 5% 인상을 요구하느냐"고 말했고, 영국과 EU 측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 등) 우리의 적에만 유리한 신호"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나토 회원국들이 증액에 대한 합의는 했지만, 실제 방위비를 단계적으로 증액하면서 트럼프가 제시한 5%까지 올릴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는 쪽으로 방향은 잡았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5%까지 도달하기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토가 방향은 방위비를 GDP의 5% 수준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지만, 각국의 정책을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을 초청한 인도-태평양 4개국(IP4·Indo-Pacific 4) 특별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위비 증액 압박에 대한 고민은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 특별회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인도·태평양 지역이 안보 협력 확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을 직접 압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비 협상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문 센터장은 "우리 방위비가 유럽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특수한 안보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도 자위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방위비 증가를 검토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미국의 요구를 응하기에는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우리의 경제 상황과 한·미동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