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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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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6. 24. 08:51

국가유산청, 일본 사찰과 기증 약정…건물 전체 옮긴 건 '처음'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전통 건축물인 관월당(觀月堂)이 한 세기 만에 모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일본 가마쿠라 고토쿠인 사찰과의 기증 협약을 통해 관월당의 모든 건축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지 약 100년 만의 역사적 귀환이다.

관월당은 정면 3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로, 조선 왕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물이다. 학계에서는 18~19세기 조선 왕실의 사당 건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월당이 일본으로 건너간 경위에는 안타까운 역사가 담겨 있다. 조선 왕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건물을 담보로 잡혔고, 이후 조선식산은행을 거쳐 일본 기업가 스기노 기세이에게 넘어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스기노 기세이는 훗날 야마이치 증권의 모태가 되는 회사의 초대 사장을 지낸 인물로, 근대 일본 경제계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1924년 스기노 기세이가 도쿄 자택에서 가마쿠라 고토쿠인으로 건물을 옮겨 기증했고, 그 후 약 100년간 일본 땅에서 불상을 모시는 공간으로 사용되어 왔다.

관월당의 귀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이 일한불교교류협회와 건물 귀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협의가 중단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2019년부터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고토쿠인 측과 새롭게 협의를 시작했고, 6년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마침내 모든 부재의 양도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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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월당' 부재 양도하는 기증 협약식. (왼쪽부터)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국가유산청
이번 귀환 과정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협조였다.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는 건물 해체와 운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자비로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한일 문화유산 연구를 위한 별도 기금 조성까지 약속했다.

사토 주지는 "지난 100년간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면서 한국에서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길 바란다"며 기증 의도를 밝혔다.

해외에 있던 한국 전통 건축물이 완전한 형태로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5년 일본에서 반환된 경복궁 자선당의 경우 대부분이 기단과 주춧돌 등 석재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월당의 건축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대군급 왕실 사당 규모에 해당하며 다채로운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높은 위계를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재 관월당의 모든 부재는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에 보관되어 있으며, 향후 적절한 장소에서의 복원과 활용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상호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적 사례"라며 "한일 양국의 문화적 연대와 미래지향적 협력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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