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는 완벽한 아이돌, 무대 밖은 귀신 잡는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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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과 오컬트 액션을 결합한 애니메이션으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을 만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았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이 기획하고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도 대거 참여했다. 크리스 애플한스가 공동연출을 맡았다. K-팝의 세계관을 소재로 해외에서 제작된 첫 사례다. '한국형 아이돌 판타지'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 지 실험한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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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미라·조이는 귀신 사냥이 전문인 비밀 퇴마 조직의 일원이다. 악령 '귀마'와 그를 따르는 5인조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와 맞서 싸운다. 우선 K-팝의 화려한 무대와 전통 설화에서 착안한 설정이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장면들이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민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는 단순한 조연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스토리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물의 구조를 따르지만 루미와 진우를 중심으로 감정의 균열과 회복·성장까지 보여준다. 루미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진우는 대중 앞에 나서기 어려운 비밀을 안고 있다. 각자의 아픔을 아이돌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해소해나가는 지 짧은 호흡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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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를 비롯해 엑소, 멜로망스 등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적인 팀들의 곡들이 OST로 쓰인다. 진우 역을 맡은 안효섭이 부른 '사랑인가 봐'는 실제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사내맞선' OST로 쓰였던 곡인데,이번 작품 안에서도 인물의 정서를 보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실제로 매기 강 감독은 헌트릭스 캐릭터에 트와이스·블랙핑크·있지의 스타일을 녹여냈다고 했다. 작품 속 음식 장면도 흥미롭다. 라면·핫도그·떡볶이·김밥 등 K-푸드가 장면마다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등장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이돌'이라는 포맷 안에 판타지·전통·액션을 결합하고 이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 위에서 세련되게 녹여낸다. 단지 실험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