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수급관리로 쌀 시장격리 방지
가격안정제·수입안정보험으로 소득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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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법 및 농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두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됐다.
당시 제출된 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가격이 하락한 농산물에 한해 손실분을 보상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농식품부는 '재정소요 과다' 및 '영농의지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농식품부는 두 법안에 대한 '거부 의견'을 접고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개정안이 사후조치에서 사전적 수급관리 중심으로 수정·보완돼 재정부담이 완화됐다는 것이 농식품부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대상 간담회를 열고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재추진되는 양곡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가 쌀 수급조절을 위해 양곡수급계획을 미리 마련하고, 생산자단체 5인 이상이 참여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해 논에 다른 작물을 심는 농가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초과생산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수급정책을 제도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정부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정부 매입 등을 포함한 사후대책 발동조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이를 양곡수급관리위가 심의하도록 했다. 결국 사전 수급조절로 수요량을 웃도는 초과 생산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현재 (수급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정부 재량사항이었다"며 "탄력적으로 상황에 맞는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양곡법 개정안이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법안보다 재정 부담이 적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폐기된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30년 쌀 수매에만 1조4000억 원이 든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벼 과잉 생산에도 정부가 의무매입을 통해 농가 소득을 보전해줘 재배면적 감축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변 정책관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양곡법 개정안은)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해 필요한 만큼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시장격리에 들어가는 예산이 없기 때문에 연간 약 3000억 정도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곡법 개정으로 인한 재정소요는 1조원보다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 봤다.
법사위를 통과한 농안법 개정안도 사전 수급조절이 핵심이다. 안정적 생산 및 계약거래 활성화 등을 위한 '농산물 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행정적으로 보조할 시·도별 수급관리센터도 신규 설치한다.
사전대책에도 농산물 가격하락이 발생할 경우 농업인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에서 '가격안정제'를 도입한다. 대상 품목은 수급조절위 심의를 거쳐 매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 소득보전은 '수입안정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투 트랙 전략을 채택한다.
지난해 폐기됐던 법안은 농산물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하락하는 경우 해당 차액을 보전해주도록 명시했다. 기준가격을 평년가격으로 삼을 경우 무·배추·마늘·양파·건고추 등 5대 채소에 대한 재정소요는 연간 1조1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을 보조할 경우 '쏠림 생산' 및 '농업계 내부 갈등'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인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격안정제 기준점을 농업에 투입되는 모든 비용인 '경영비'와 농사에 들어가는 노임을 환산한 '자가노력비'의 합 등으로 가정하고 분석하면 5대 채소에 한해 연간 48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원예농산물 안정생산공급사업(가칭)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상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곡법 및 농안법 개정안은 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공포 후 1년 뒤에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하위법령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했었지만 이번에 부작용을 해소하고 절충점을 찾았다"며 "문제제기를 많이 했던 쌀 과잉생산 우려, 특정 품목 쏠림 등 우려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