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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개방 없다지만… “美농산물 검역완화땐 수입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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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8. 04. 18:00

美 사과·LMO 작물 더 늘어날 가능성
과수농협연합 세종청사서 반대 시위
"농업계 전체에 직격탄, 생존권 위협"
정부가 한미 '상호관세' 협상 결과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농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국이 검역절차 개선 등을 포함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하면서 미국산 사과 수입 등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 측 대표단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이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국내 식량안보 및 농업 민감성 등을 상세히 전달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현지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과채류에 대한 우리나라의 검역절차에 대해 문의하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지만 우리 측의 끈질긴 설명 결과 (쌀·소고기) 추가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다만 비관세장벽 관련해 검역절차 개선 등 협의를 계속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를 '역사적 합의'라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 직후 소셜미디어(SNS)에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 개방(completely open)'한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협상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은) 자동차와 쌀과 같은 미국 제품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1일 "한미 통상 협의에서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합동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동일한 입장을 전했다. 송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는 '완벽한 무역'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치적인 수사라고 판단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 농산물 시장은 99.7% 개방돼 있다. 이것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자단체 측은 농업계 불안요인이 여전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한 '검역절차 개선'이 사과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과는 검역이슈 중심에 있는 품목이다. 지난 상호관세 협상 당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산 사과 수입의 전향적 검토를 지시했다는 소문에서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우리나라는 현행 식물방역법 및 국제식물보호협약 등에 기반한 '8단계' 검역절차를 거쳐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3년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 허용을 요청해 현재 2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앞으로 농산물 검역 절차가 완화될 경우 미국산 사과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작물 등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내 농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사과연합회 및 한국과수농협연합회 등은 협상 결과가 발표된 날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앞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 결사 반대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검역 주권'을 강조하며 섣부른 양보로 인한 △연쇄적 시장개방 △농업기반 붕괴 △정부 정책 신뢰도 상실 등을 우려했다.

박연순 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한미 FTA로 2031년 미국산 후지 사과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등 과일 시장은 이미 모두 개방됐다"며 "이런 상황에 검역을 소홀히 해서 돌방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피해는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15년 미국에서 불법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 묘목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과수화상병'이 시작됐다"며 "지난해까지 손실보상금이 약 2400억 원가량 지원됐고, 약 330개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관세 압박 등으로 검역을 단축 또는 졸속 진행할 경우 발생할 문제는 사과 뿐만 아니라 농업계 전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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