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조끼·기능성 원단·웨어러블 로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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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가 직고용한 환경공무관은 2549명이다. 보통 새벽 6시께 출근해 오후 3시까지 골목과 대로를 지키는 이들의 손길 덕분에 시민들은 출근길마다 정돈된 골목을 만난다.
하지만 정돈된 거리 뒤에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 달궈진 아스팔트와 땀에 젖은 옷은 한여름을 견디기조차 힘겹게 만든다.
이에 각 자치구는 환경공무관의 여름철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섰다. 등에 선풍기를 단 조끼, 무릎과 허리를 지탱해 주는 근력보조 로봇, 땀이 나도 금세 마르는 기능성 작업복 등이 하나둘 현장에 도입되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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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여름철에는 일회용 컵이나 페트병이 평소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며 "더위와 쓰레기양에 지쳐 주저앉기 일쑤였는데, 선풍기 조끼 덕분에 열이 쌓이지 않아 훨씬 수월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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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와 금천구는 이미 웨어러블 로봇을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구로구 환경공무관 양용호씨(46)는 "반복적인 쓰레기 승하차로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컸지만, 요즘에는 다리를 지탱해 주는 로봇 덕분에 작업 피로도가 확실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 로봇은 짐이 없을 때는 보행 에너지 소모를 20% 줄이고, 20kg의 짐을 들었을 때 체감 무게를 약 12kg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는 근무복 자체를 바꿨다. 지난해부터 환경공무관들에게 통기성과 신축성이 좋은 기능성 작업복을 지급한 것이다. 상의는 통풍성이 좋고 구김이 덜한 폴리에스터 재질로, 하의는 신축성과 착용감이 뛰어난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 융합 소재로 교체했다. 바지 하단 등 쉽게 오염되는 부위는 때가 덜 타는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했다.
양천구 소속 환경공무관 박인상씨(41)는 "예전 작업복은 땀이 나면 하루 종일 달라붙어 불편했는데, 지금은 금세 말라 훨씬 쾌적하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박씨는 "새벽에는 쓰레기뿐 아니라 동물 사체도 많아 치우면서 역함을 견뎌야 한다"며 "역함보다 참기 힘든 게 여름철 더위인데, 근무 환경이 개선돼 구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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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장비 도입만큼이나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장시간 야외 근무는 몸에 열이 축적돼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풍기나 로봇 도입도 좋지만, '폭염안전 5대 기본 수칙(물, 그늘·바람, 휴식, 보랭장구, 응급조치)'을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환경공무관 휴게시설 513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55곳 개보수에 9억원을 투입하고, 안전교육비 1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경공무관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