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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선풍기 조끼 착용…“더위에도 일할 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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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 전재민 인턴 기자

승인 : 2025. 08. 18. 17:34

서울 자치구들, 폭염 속 환경공무관 노동 환경 개선 앞장
선풍기 조끼·기능성 원단·웨어러블 로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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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가 환경공무관들에게 지급한 선풍기 조끼. /도봉구
깨끗한 거리는 도시의 첫인상이다. 그 첫인상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이들이 있다. 해가 채 떠오르기 전 빗자루를 휘두르며 거리를 쓸고, 한낮의 땡볕과 악취가 코끝을 찌르는 쓰레기 더미 앞에서도 묵묵히 집게를 드는 사람들. 바로 환경공무관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가 직고용한 환경공무관은 2549명이다. 보통 새벽 6시께 출근해 오후 3시까지 골목과 대로를 지키는 이들의 손길 덕분에 시민들은 출근길마다 정돈된 골목을 만난다.

하지만 정돈된 거리 뒤에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 달궈진 아스팔트와 땀에 젖은 옷은 한여름을 견디기조차 힘겹게 만든다.

이에 각 자치구는 환경공무관의 여름철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섰다. 등에 선풍기를 단 조끼, 무릎과 허리를 지탱해 주는 근력보조 로봇, 땀이 나도 금세 마르는 기능성 작업복 등이 하나둘 현장에 도입되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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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소속 환경공무관 서경국씨가 선풍기 조끼를 입고 거리를 정비하고 있다. /도봉구
도봉구 환경공무관 서경국씨(47)는 매일 약 5km 거리를 정화한다. 서씨는 "한여름에는 1시간만 일해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지지만, 요즘은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이내 서씨가 등을 돌리자 부풀어 오른 형광색 조끼 뒤로 작은 선풍기 두 대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도봉구가 지급한 '선풍기 조끼'다. 내부 선풍기가 외부 공기를 순환시켜 땀과 열기를 배출하고, 안쪽 주머니에 아이스팩을 넣으면 체감 온도 약 5도를 낮춰 에어컨 효과까지 낸다. 선풍기는 세 단계로 풍량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

서씨는 "여름철에는 일회용 컵이나 페트병이 평소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며 "더위와 쓰레기양에 지쳐 주저앉기 일쑤였는데, 선풍기 조끼 덕분에 열이 쌓이지 않아 훨씬 수월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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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소속 환경공무관 양용호씨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구로구
도봉구는 선풍기 조끼 외에도 웨어러블(wearable·입는) 로봇을 시범 도입한다. 1대당 약 300만원으로, 올해 4대를 우선 투입해 성과를 지켜본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구로구와 금천구는 이미 웨어러블 로봇을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구로구 환경공무관 양용호씨(46)는 "반복적인 쓰레기 승하차로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컸지만, 요즘에는 다리를 지탱해 주는 로봇 덕분에 작업 피로도가 확실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 로봇은 짐이 없을 때는 보행 에너지 소모를 20% 줄이고, 20kg의 짐을 들었을 때 체감 무게를 약 12kg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는 근무복 자체를 바꿨다. 지난해부터 환경공무관들에게 통기성과 신축성이 좋은 기능성 작업복을 지급한 것이다. 상의는 통풍성이 좋고 구김이 덜한 폴리에스터 재질로, 하의는 신축성과 착용감이 뛰어난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 융합 소재로 교체했다. 바지 하단 등 쉽게 오염되는 부위는 때가 덜 타는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했다.

양천구 소속 환경공무관 박인상씨(41)는 "예전 작업복은 땀이 나면 하루 종일 달라붙어 불편했는데, 지금은 금세 말라 훨씬 쾌적하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박씨는 "새벽에는 쓰레기뿐 아니라 동물 사체도 많아 치우면서 역함을 견뎌야 한다"며 "역함보다 참기 힘든 게 여름철 더위인데, 근무 환경이 개선돼 구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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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소속 환경공무관 박인상씨가 거리를 정비하고 있다. /전재민 인턴 기자
하지만 여전히 고된 일도 많았다. 환경공무관들은 "무단 투기를 줄이려 일반쓰레기통을 설치했지만,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와 버리는 경우가 많아 여름철이면 악취가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휴게시설이 부족해 길가에 앉아 쉬면 주민 눈치를 봐야 한다"며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비 도입만큼이나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장시간 야외 근무는 몸에 열이 축적돼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풍기나 로봇 도입도 좋지만, '폭염안전 5대 기본 수칙(물, 그늘·바람, 휴식, 보랭장구, 응급조치)'을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환경공무관 휴게시설 513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55곳 개보수에 9억원을 투입하고, 안전교육비 1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경공무관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아람 기자
전재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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