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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통제 강화” vs “시 표준정관 준수”…서울 중림동 재개발, ‘조합 정관 변경’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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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8. 21. 16:33

임시총회서 ‘조합원·임원 자격상실’ 둔 정관 변경 투표
일부 조합원 “제명 요건 완화·임원 해임 제한, 조합장 권한만 강화” 주장
조합 측 “서울시 표준정관 반영일 뿐…임의 남용은 불가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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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중림동 398번지 일대 재개발 사업지 모습.
서울 중구 중림동 398번지 일대 재개발 조합이 임시총회를 앞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조합 집행부가 '정관 변경'을 핵심 안건으로 올리자, 일부 조합원들은 이를 "조합장의 독재 시도"라며 반발했다. 반면 집행부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표준정관에 따른 불가피한 절차"라고 맞서며, 양측의 대립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중림동 398번지 일대 주택 정비형 재개발사업 조합은 오는 23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2025년 제2차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 정관 변경 △설계자 선정 결선투표 여부 △설계자 선정 △임시총회 참석비 지급 등 4개 안건을 상정한다.

총회 개최 공고 직후부터 일부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데만 몰두하면서, 조합원 통제 권한을 강화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관 변경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조합원 제명 요건이다. 현행 정관 '제11조(조합원 자격상실)'에서는 "조합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집행부가 제안한 변경안은 "조합원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정관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제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제명 전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조합원들이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10억원 이상'이라는 구체적 기준이 삭제되고, 대신 '막대한 손해'라는 포괄적 표현이 들어가면서 제명 요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제명을 위한 총회의결 요건도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출석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변경된다.

더욱이 임원 해임 요건은 강화되는 방향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행 정관 '제16조(임원의 해임)'은 조합원 10분의 1 이상 요구로 총회를 열고 과반 출석·과반 찬성으로 임원 해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변경안은 임원이 직무 유기·업무태만·법령 및 조합 정관 위반으로 조합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원 A씨는 "조합원 제명은 손쉽게, 조합장 해임은 어렵게 만들어 감시·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조합장의 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설계자 선정 방식도 논란에 휩싸였다. 조합은 지난 4월 총회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최다 득표 한 업체를 설계자로 확정했다. 다만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상 '총회 참석 조합원 과반 득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일부 조합원이 현재 가처분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조합 집행부는 이번 정관에 '최다득표를 받은 설계 업체를 선정한다'는 내용의 '제13조(설계자의 선정 및 계약)'를 신설하려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설계업체 선정부터 '다득표 결의 제도'가 허용되면 앞으로 있을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조직화 된 소수'가 사실상 모든 협력업체 의사결정을 독점하게 된다"며 "심지어 다득표 결의 제도는 서울시 표준정관에 있는 내용이 아닌, 현 조합집행부가 임의로 넣은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조합 측은 서울시 표준정관 반영을 근거로 제시한다. 최근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조합은 "서울시 표준정관은 재개발 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며 "우리는 공공지원을 받는 사업장임으로, 표준정관에 맞추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막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조합이 이번에 변경·신설하는 △조합원 자격 상실 △임원 해임 요건 △설계업체 선정 등의 내용의 상당수는 서울시 표준정관을 따랐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표준정관이 반드시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서울시가 고시한 표준정관 '제3조(정관의 작성)'에도 "사업 특성과 지역 상황을 고려해 관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보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다.

중구청 도심정비과는 "표준정관은 조합 정관이 미비할 때 참고하도록 만든 것이며, 도정법이나 조합 사정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른 공공지원 사업지에서는 '표준정관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일정 부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 시점에 대한 의문도 조합원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 표준정관은 2024년 11월 7일 제정됐다. 조합 창립총회는 같은 해 11월 21일에 열렸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은 "창립총회 직전 작년 11월 18일 열린 주민협의체 회의에서도 창립총회 정관(안)이 충분히 논의됐다"며 "조합이 시의 표준정관 제정 사실을 알면서도 '반영하지 않았다' 하면서, 이제와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이 다소 의아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조합장 등 집행부 측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조합 측은 "의혹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서면 질의응답에서 조합은 "정관 변경은 조합원 제명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 표준정관을 따른 것"이라며 "고의적 불법행위나 의무 불이행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 제명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기존 조항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 제명은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임의로 남용될 수 없으며, 오히려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임원 해임 요건 강화 역시 "서울시 표준정관을 준수한 것"이라며 "조합원 10분의1 이상 요구로 총회 소집은 여전히 가능하고, 해임 요건도 상위 법령인 도정법 규정에 따라 그대로 유지된다. 임원 해임을 어렵게 만드는 개정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표준정관 제정 후 창립총회에서 확정한 조합 정관에 이를 반영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의 표준정관 제정일과 조합 총회 사이 기간이 짧아 변경된 내용을 검토하고 다시 의결 절차를 거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며 "현재 사용 중인 정관은 이미 5월 주민협의체 안건으로 상정된 후 여러차례 수정을 거쳐 창립총회 개최 전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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