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0.9%로 상향…소비·수출 회복, 건설 경기 부진
학계 "가계부채 리스크 무거워…9월 이후 인하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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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당장은 동결로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인하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한·미 금리차와 환율 불안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며 "금리를 동결해 금융안정을 우선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가계대출 증가폭은 정부 대책 이후 다소 축소됐지만,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 기대를 키우는 시점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면 오히려 금융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와 시장 반응을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율도 주요 고려사항으로 제시됐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9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몇 년간 해외투자 증가로 환율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본유출 가능성과 환율 변동성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0.8%)보다 0.1%포인트 높였다. 총재는 "2차 추경과 경제심리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커졌고, 반도체 호조와 자동차 수출이 이어졌다"며 "각각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끌어올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 경기는 예상보다 심각한 부진을 겪으며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총재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8.3% 수준으로, 전체 성장률을 2%포인트 이상 낮췄다"며 "만약 건설투자가 0%만 기록했어도 성장률은 0.9%가 아니라 2%를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올해 경기 둔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과잉공급과 지방 미분양, PF 구조조정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단기간 부양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5월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 총재는 "내수 개선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 폭이 커질 수 있다"며 "내년 이후 성장 경로에는 반도체 관세와 미·중 협상 전개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의 배경으로 물가보다도 가계부채와 금융안정 우려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가계부채 부실화"라며 "금리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서민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의 결정과 한·미 금리차를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준이 9월 인하를 시사한 만큼 한은도 9월 이후, 늦어도 연말에는 인하 시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서민·중소기업 금융부담 완화, 미래 산업 투자 확대, 청년·서민 주거 안정 대책 등 정책이 병행돼야, 통화 정책과의 시너지로 경기부양에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