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개발 프로젝트 통해 명소로 변신
사무실·카페·숙박 등 운영 순익 1.5억원
농식품부, 내년부터 지원사업 전국 확대
5년내 농산어촌 111곳 거점 조성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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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마중물이 돼 주민 공동체가 다시 모였고, 마을은 순이익 1억5000만원을 올리는 '워케이션' 성지로 거듭났습니다." (양군모 세화마을 PD)
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 구좌읍 소재 '세화마을'은 섬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신(新) 관광지로 손꼽힌다. 마을에 위치한 '질그랭이 구좌 거점센터'는 제주 내 워케이션 명소로 매년 500여 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식(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원격근무를 하며 퇴근 후 관광과 휴식을 즐기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거점센터는 총 4층 규모로 3층 워케이션 사무실은 한쪽 벽면이 통창으로 돼 있어 바다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유리로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실내를 밝혀 기존 사무실의 답답함에서 해방된 듯한 느낌을 줬다. 오션뷰 오피스는 50명이 사용할 수 있고, 화상회의 등이 가능한 세미나룸도 3개 구비돼 있었다. 2층은 카페, 4층은 숙소가 각각 마련돼 있다.
양군모 세화마을 PD는 "질그랭이는 나태한 사람에게 쓰던 제주 옛말"이라며 "세화마을에서는 '나태해도 괜찮다, 편하게 쉬다 가라'는 뜻으로 (센터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세화마을이 워케이션 성지로 변모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상 최하위 행정구역 리(里)에서 발생하는 고령화, 인구소멸, 유휴공간 방치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제주시청 등의 도움으로 마을사업을 배우는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 개발사업을 알게 됐다. 컨설팅 회사를 통해 사업계획서를 작성, 공모에 도전한 결과 사업지로 선정돼 자부담 포함 총 80억원을 지원받았다.
해당 사업을 통해 마을 대표 노후시설이던 '종합복지타운'은 워케이션 거점센터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마을협동조합'도 설립했다. 현재 조합원은 494명 수준으로 출자금은 2억7000만원을 웃돈다. 국내 마을협동조합 중 최대 규모다.
2020년 1월 사업 첫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행정적 폐쇄명령으로 적자를 봤지만 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카페, 숙박, 체험 프로그램 등 운영으로 순이익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에는 국제연합(UN) 관광청이 선정한 '세계관광최우수마을'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고정 방문객도 확보했다. 현재 △대상 △현대중공업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MOU를 체결한 상태다. 각 기업에서 매년 100~150명이 워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관계인구 확산을 위해 지역 내 외식·숙박 업체 등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지속 개발 중이다.
양 PD는 "성수기 세화마을 숙박시설 예약률은 100%고, 재방문율도 38% 수준"이라며 "매주 20명 정도 마을을 찾고 있다. 한 주에 발생하는 소비는 800만~1000만원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농촌재생거점마을 시범지구 사업'을 실시, 세화마을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전북 김제·고창, 경남 밀양을 시작으로 각 지역 유휴시설 및 생태자원을 활용해 창업거리·관광 인프라·체류형 복합단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농산어촌 111곳에 시·군별 거점마을 1개소씩 조성, 농촌을 살고 일하고 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빈집 재생도 속도를 낸다. 지난 8월 농촌 빈집 매물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플랫폼 '빈집은행'을 개시해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또 올 하반기 중 농식품 모태펀드 투자 범위에 '빈집 정비'를 포함시켜 민간 자금 유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3일 제주 내 빈집 재생 우수사례인 '포레스트제이 카우셰드'를 방문해 관련 의지를 내비쳤다. 해당 카페는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폐축사를 리모델링한 카페로 마을사업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송 장관은 "빈집은 활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주는 자원으로 변동할 수 있다"며 "빈집정비특별법을 만들어 민간이 투자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