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영업적자 지속…펀더멘털 악화로 투심 ‘뚝’
‘사법 리스크’로 카카오페이 신사업 추진도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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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이후 7년 째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취약한 펀더멘털이 부각된 점도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모회사인 카카오와 시너지를 발휘해 신사업 등을 통한 수익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최대주주(13.29%)인 김범수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2대주주인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을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대거 발행해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우려도 확대됐다. 두 달 동안 2차례에 걸친 EB 발행으로 시장에 나온 주식 비중만 12%에 달한다. 시장에 언제든 풀릴 수 있고 매도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수급 부담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주가는 하반기 시작부터 이날까지 총 31.8%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192.2% 폭등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상반된 모습이다.
당시 카카오페이 주가를 견인했던 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둘러싼 기대감이다. 제도화 시 해외 결제 인프라, 블록체인 게임 사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결제 서비스를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카카오페이를 인터넷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한 주요 배경이다.
급등했던 주가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조정받기 시작했다. 발행 주체·기준, 리스크 관리 방안 등 관련 규제들이 명확하지 않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거다. 또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상용화된다고 한들, 토스·네이버 등 경쟁사들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독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부진한 실적 역시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작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간의 폭등세가 기업 펀더멘털에 기초한 흐름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올해 2분기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93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자회사인 증권에서 호실적을 거둔 영향 덕분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52억원을 기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 코인, 인공지능(AI) 관련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실적 등을 고려했을 때 밸류에이션은 비싼 수준"이라며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고, 투자에 있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주가 반등을 위해 어느 때보다 실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최근 그룹 오너 리스크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최대주주이자 경영쇄신위원장(창업자)은 지난주 검찰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15년과 벌금 5000억원을 구형 받았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카카오 플랫폼 내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모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오너 리스크는 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추진 중인 신사업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카카오페이 실적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격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7월(17일)에 이어 이번 달(3일)에도 카카오페이 지분을 대상으로 해외 EB 발행에 나선 건데, 교환주식 수만 각각 483만681주, 1164만8791주다. 지분율 기준으로 약 12.2%다.
알리페이는 2021년부터 카카오페이 지분을 꾸준히 줄이고 있으며, 당시 38.68% 수준이었던 지분은 작년 말 기준 31.99%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이번 EB 발행으로 시장에 물량이 모두 풀릴 시, 알리페이 지분은 19%대까지 내려간다. 알리페이가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모회사인 알리바바 그룹이 글로벌 전자상거래 등 신규 사업 투자 확대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시장에 대규모 잠재적 주식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오버행이 현실화될 경우,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반기 들어 두 차례 EB 발행을 공시했던 당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각각 14.3%, 10% 급락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대주주의 반복적인 지분 출하는 명백한 리스크"라며 "단기 주가 상승 모멘텀을 소멸시키는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오버행 이슈가 거론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지분 출하가 되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아직까진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와 협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 부양에 있어서는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향후 사업과 재무적 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