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재검토 움직임에 다시 '강세'
"고배당 매력 부각 땐 활기 더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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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양도세 기준이 현행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증권사들은 수급 개선과 함께 리테일 등 사업 전반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은행들 역시 고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에 활기가 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정기국회 개막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조정 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주주환원 확대 요인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간 증권·은행 모두 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돼온 만큼, 법제화 시 추가 수혜도 예상해볼 수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증권·금융 지수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12.25%, 6.21% 상승했다. 증권사들 중에선 미래에셋증권(18.5%), 한국금융지주(11.8%), 키움증권(21.2%) 등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은 KB금융(8.7%), 신한지주(3.4%), 하나금융지주(6%) 등이 강세다.
앞서 증권·은행주들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이 기간 동안 40~80% 수준의 수익률을 시현하는 등 코스피 3000선 돌파에 일조한 건데, 상법 개정 등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시행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린 거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증권·은행주들의 기세가 꺾인 건 하반기부터다. 지난 7월을 시작으로 두 달 간 증권·은행 지수는 각각 4.81%, 0.34% 하락하며, 상반기 때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단기간 급등했던 주가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세제개편안까지 발표돼 투심이 위축된 영향이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적용하는 내용이다.
최근 정기국회가 개막하면서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실망감은 다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투심을 자극하고 있는 거다. 이달 시작부터 증권·은행주들이 다시 강세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정책 모멘텀에 따른 증권·은행주들의 수혜를 전망하고 있다. 수급이 개선됨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제고를 기대해볼 수 있고, 은행주들 또한 고배당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는 투자자들의 매매 심리를 위축시킨 대표적인 규제였던 만큼, 완화 가능성만으로도 수급 개선 기대가 증권 업종 전반에 빠르게 반영됐다"며 "향후 거래대금이 늘고 증시가 활성화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기업금융(IB)·자산관리(WM) 부문에 대한 실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양도세 완화는 증시 유동성을 확대시키고 투자자들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금융주 전반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은행주는 고배당 매력이 커서 투심 회복에 가장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정 등과 관련된 법안들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검토될 전망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경우 최고세율을 25%까지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업계에선 30% 이하로만 결정돼도 증시 상승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높이는 등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역시 그동안 경영권 보호를 위해 사용돼 온 방식에서 주주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재다. 중장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시키는 데 긍정적인 재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은행주 모두 증시에서 저평가된 종목으로 분류돼 온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한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