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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 /연합 |
대북 주무부처 수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연이틀 '평화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다. 정 장관은 25일 언론간담회에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라며 "적게는 50~60% 국민이 북한을 국가라고 답한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들어 있는데 이는 두 국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전날 '북한의 2국가론 남북기본협정 추진방향' 세미나에서도 "남북한은 오랫동안 사실상의 두 국가"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북한 핵억제와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동맹파'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그는 24일 미국 뉴욕에서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며 "남북은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제4조를 의식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정 장관도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통일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부처 명칭에서 '통일'을 빼자고 주장해 왔고, 대북정책에서 대화와 평화를 우선시하는 '자주파'의 대표격이라는 점에서 북한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 정상화가 김정은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에 따른 남북관계 정상구축이라면 통일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 장관의 주장처럼 현실적·실용적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조선'으로 호칭해야 하느냐는 논란처럼 국민적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개헌도 하기 전에 남북협정에 '두 국가'를 명기하자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정부 내 소모적인 갈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이 대통령이 명확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