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주 1회 이상 재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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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오후 12시 24분까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넥타이 없는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머리는 희끗했고, 지난 7월 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때보다 수척한 모습이었다. 가슴에는 수용 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이 달려있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에 대해 "두 번에 걸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공수처 수사, 영장 청구·발부·집행 전 과정이 모두 불법이라 주장했다"며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국무위원들에게는 심의권이라는 구체적 권리가 인정되기 어려워 직권남용의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위치가 확인돼 빨리 올 수 있는 국무위원을 부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비상계엄 해제 역시 직권남용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와 관련해선 "문제가 된 표지는 계엄 선포문을 새로 작성한 게 아니다"라며 "국방부 장관이 이미 작성한 비상계엄 선포문은 별도 존재하며 강의구 전 비서실장이 작성한 표지는 행정문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전 실장이 작성한 표지는 비공식 문건으로 대통령기록물이라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지시 혐의도 "직접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에게 비화폰 통화내역을 삭제하라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계엄 관련 허위 사실 공보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우려를 줄 수 있었고, 대한민국의 대외신인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며 "헌정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고, 대통령과 국회 모두 각자의 역할에 의해 시스템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공보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측은 일부 공소사실이 계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위로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내란 특검팀이 추가 기소한 공소사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재판 공소사실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공소사실 인부 절차를 마친 뒤 재판부는 쌍방의 입장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이어갔다.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시만으로 국법상 문서의 성격이 사라진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한 전 총리는 행정을 총괄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폐기 지시만으로도 효력이 없어진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판례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도 직접 발언에 나서 "강의구 전 비서실장이 왜 그런 문서를 작성했느냐고 나무랐고, 결국 '갖고만 있겠다'고 했다"며 "저는 한 전 총리가 이야기하면 저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폐기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에 따라 이 재판은 다른 사건보다 신속히 처리해야 하고, 1심을 6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며 주 1회 이상, 가능하면 주 2회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10월 10일로,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지난 7월 19일 윤 전 대통령을 체포 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일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국무회의 소집을 통지해 다른 국무위원들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회의 심의 의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계엄 해제 후 비상계엄이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폐기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