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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고액 연봉’에 외면받은 금융노조 총파업…3년 전과 같은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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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09. 26. 16:57

은행 별 수십명 참여…신한은 불참
뭇매만 맞게 될 것이란 비판 여론
"극단적 대결보다 대화로 풀어야"
은행원 파업
26일 오전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했다. /김태훈 기자
주요 시중 은행원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주 4.5일제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세부 계획안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인데다 대다수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3년 전 파업 때와 똑같은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에서 주 4.5일제 시행과 임금 3.9% 인상,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를 국정 과제로 밝힌 뒤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확산하면서 파업에 명분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지난 2002년 선제적으로 주 5일제를 도입한 만큼 이번에도 앞장 선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공감을 얻진 못했다. 금융노조는 파업 인원을 3만명으로 신고했지만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는 8000명 정도만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수십명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일 진행된 금융노조원 전체 투표에서 투표율이 50%를 밑돌며 파업에 불참했다. 이날 대부분의 은행들 역시 정상 영업했다. 내부에서조차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는 금융노조의 요구대로라면 은행 이용에 지장이 가면서 뭇매만 맞게 될 것이라는 이유가 크다. 현재 노조는 월~목요일 영업점 근무시간을 오후 4시에서 오후 4시 30분으로 늘리는 대신 금요일은 오전까지만 근무하는 방식의 주 4.5일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세부 추진안이 발표되지도 않았기에 '급진적인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지점이 아니라 거의 본사 차원에서만 일부 참여한 것으로 안다"며 "내부적으로도 외부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고액 연봉자들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기준 5대 은행 직원 1인당 보수는 △하나 1억2000만원 △신한 1억1900만원 △KB국민 1억1800만원 △NH농협 1억1500만원 △우리 1억1400만원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1억원을 훌쩍 넘었다.

주 4.5일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여당에서도 이번 총파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안타깝다"며 "금융산업 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결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22년 9월 16일 때와 같은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당시 파업 때도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1년 시범 운영과 임금 인상률 5.2%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코로나를 이유로 영업 시간까지 단축된 상황에서 평균 1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었기에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때 농협, 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이 불참한 가운데 노조와 사측이 임금 3% 인상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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