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도부 vs 안정 중시 원내…"정청래의 성공 모델 따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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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불협화음은 당 지도부에서 먼저 드러났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협상해 타결한 사안을 정청래 당대표가 뒤집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월 '6인 동수'로 합의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과 이달 초 수사 기간 연장 불가 방침을 담은 3대 특검법 개정안이다. 두 합의안 모두 정 대표의 재검토 지시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됐다.
정 대표의 합의 파기 배경에는 강성 지지층의 압력이 자리했다는 해석이다. 합의안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당원 게시판과 의원실에는 강성 지지층의 비판과 항의성 '문자 폭탄'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야 협상의 당사자인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갔고 국민의힘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아니라 정 대표와 직접 협상해야 하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또 추미애 위원장이 이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단독 의결하기도 했다. '지도부 패싱'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 대표는 오히려 SNS에 "우리 국민은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게시하며 힘을 실었다. 이에 당 지휘부가 강성파의 독자 행보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다.
이 와중 강성 일변도의 당 기류에 제동을 건 것은 '원조 친명' 7인회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법사위의 조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을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단히 무거운 주제를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급하게 했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의 쓴소리는 대통령실을 향한 당의 방어막에도 예외가 없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현지 총무비서관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정쟁 의도"라며 거부했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30년간 총무비서관이 국감에 안 나온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 나와 자기 입장을 표명하는 게 필요하고 그게 상식적인 일"이라며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드러냈다.
내부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는 뚜렷한 경쟁 상대가 없는 민주당의 현 상황이 꼽힌다.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거대 여당 내부에서 자기 정치를 위한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민주당의 흐름들을 보면 대통령보다 강성 지지층한테 소구가 있어야 된다"며 "이걸 정청래 대표가 증명한 성공 모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