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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에 이어 대미 타격용 ICBM 무력시위… 한미일의 침묵, 전략적 ‘자제’인가 ‘무기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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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0. 12. 14:05

“화성-20형” 공개로 미국 본토 위협 수위 높인 北
中 극초음속·핵전략 시위 뒤 잇따라… 동북아 긴장 최고조
중러북 밀착속.....한미일의 침묵,
외교적 조율인가...혹은 위기 인식 결여인가
1012 화성20호
북한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WPK)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20형 미사일, 2025.10.10. 조선중앙통신=로이터 연합"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최초로 공개하며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일 저녁 10시부터 약 15분간의 열병식 연설에서 특히 "전략적 억제력의 강화와 러-우 전쟁 참전 해외작전부대"를 언급했지만, 미국이나 한국, 일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의 신형 ICBM의 등장만으로도 핵전쟁 위협의 현실화는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그 직후의 반응이다.
예년과 달리 서울을 비롯, 워싱턴과 도쿄 모두 침묵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48시간 넘게 공식 논평 조차 내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 핵 보복 능력"을 과시하는 자리였음에도, 한미일 3국은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은 커녕 단독 논평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신중함을 넘어선, 일종의 전략적 '침묵의 공조'라는 분석과 함께, 반대로 "위기 감각의 마비"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번 열병식은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다. 북한은 화성-20형을 앞세워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극초음속 활공체(HGV) 등 '3축 핵체계' 완성을 과시했다. 이는 불과 열흘 전 중국의 DF-27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와 맞물려 북·중·러의 '반미 안보 축' 강화로 해석된다. 美CNN과 英BBC는 11일 각각 "북한의 도발 타이밍이 중국의 대만·괌 타격 시연과 연동된 점이 우려스럽다"며, 동북아 핵 군비 경쟁의 '3단계 시그널'로 본다고 한미 국방안보 전문가를 인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 "미국 본토 사거리권" 내세운 '화성-20형'의 실체
이번에 공개된 화성-20형은 기존 화성-17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늘어나고, 탄두부에 다탄두(MIRV)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제 발사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핵탄두 다중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만으로도 전략적 함의가 크다"고 분석한다. 사거리는 1만5000km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커버하며, 발사 시험이 없었음에도 핵탄두 다중 장착만으로 전략적 충격이 크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교란하는 '포화 공격형 ICBM'으로 평가되며, 고체연료 채용으로 발사 준비 시간이 단축됐다.
북한 관영 매체는 "미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대륙간 핵 보복 능력"을 강조했다. 열병식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HGV도 동시 공개되며, 김 위원장의 5개년 국방발전계획(2021~2025) 마무리를 자축했다. 이는 러시아의 전략핵 훈련 예고와 연계돼 북·중·러의 핵 위협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미국의 본토 미사일방어망(MD)을 교란할 수 있는 '포화 공격형 ICBM'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함께 공개해, '3축 핵공격 능력'(ICBM·SLBM·순항미사일) 확보를 과시했다. 이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불과 열흘 전, 중국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미국 항모 타격용 DF-27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이를 '중국-러시아 안보축'의 일원처럼 따라가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1012 6연장 드론탑재 전술트럭
정찰 및 자폭 드론 6연방 탑재 전술트럭, 2025.10.10.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tv 캡쳐
△ "한미일 침묵"…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선이라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관리 중이다. 한반도 문제를 즉각적인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은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미국이 반응할수록 북한의 '도발 목적', 즉, 대화의 구도를 주도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실현시켜줄 수 있다는 점도 의식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역시 일본 언론의 질문에 "상황을 주시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하지 않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방위성 내부에서는 "한미일 미사일경보 공유체계가 작동되지 않았다면 시스템 자체의 신뢰성 문제"라는 내부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도 북한 ICBM 공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발이 아닌 전시행사 성격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략무기 과시를 축소 해석함으로써 불필요한 위기감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군 당국은 한미연합 정보당국 간 정밀 분석이 끝난 뒤 '대응 메시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침묵의 공조"인가 "위기의 방관"인가
전문가들은 한미일의 침묵을 '외교적 완급조절'로 해석하는 쪽과, '전략적 무기력'으로 평가하는 쪽으로 나뉜다.
전직 합참 관계자는 "한미일이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은 정보·외교·군사적 조율의 일환"이라며 "성급한 발언보다 동맹 내부의 분석 일치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 외교안보 연구소장은 "북한이 사실상 대미 핵보복 능력을 시현한 상황에서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은, 북·중·러 안보 연대에 휘둘리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위 → 북한의 ICBM 공개 → 러시아의 전략핵훈련 예고라는 일련의 '3단계 시그널 체인'의 일부로 보인다. 이들 세 나라는 모두 미국을 겨냥한 '비동맹 핵축'을 강화하고 있고, 한미일의 침묵은 오히려 그들의 전략적 '자신감'을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012 극초음속 미사일 001
극초음속 활공체(HGV), 2025.10.10.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tv 캡쳐
△ "한반도는 다시 핵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북한의 ICBM 공개는 단순한 무기 과시가 아니다.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한국 내 '독자 핵무장론'의 여론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찬성하는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국책 안보연구소의 전문가는 "한미일이 지금처럼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북한은 이를 '무력시위 성공'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뿐 아니라 한국 자체의 핵억제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이번 북한의 ICBM 과시는 '북·중의 대미 핵전략 공조' 흐름 속에 위치한다.
한미일의 침묵이 전략적 자제일 수도 있지만,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북한의 자신감은 커지고, 동북아의 불안정은 깊어진다. 한반도는 지금, 다시 핵의 문턱 위에 서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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