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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여정이 쌓아 올린 무대, 세대와 시대를 잇는 연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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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0. 12. 15:24

제10회 ‘여성연극제’ 16일 서울연극창작센터서 개막
연출가전·작가전·기획초청·세대공감전 등 다채로운 무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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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질수록 무대는 다시 사람을 부른다. 조명 아래의 얼굴들, 무대 뒤의 손끝들, 그리고 아직 이름 붙여지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이 다시 모인다. 10년의 시간을 넘어, '여성연극제'가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새로운 막을 올린다.

2013년 '한국여성극작가전'으로 첫걸음을 뗀 이 축제는 처음엔 다섯 편의 여성 작가 작품을 모은 작은 시도였다. 그러나 그 시도는 단순한 '발표의 장'이 아니었다. 연극계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여성 창작자들의 이름을 세상에 내놓고, 그들이 써 내려온 서사를 "기록해야 할 연극사"의 한 페이지로 바꿔놓은 일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여성연극제'는 이제 단단한 축이 되었다. '여성의 연극'이 아니라 '여성들이 만들어온 연극의 역사'를 말하는 자리로.

올해 제10회 '여성연극제'는 (사)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하고 여성연극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극창작센터가 후원한다. 행사는 새로 문을 연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열린다. 이곳은 과거 실험극장과 예술극장이 있던 대학로 북단, 오랫동안 연극의 숨결이 남아 있는 자리다. '서울씨어터 202'라는 이름의 공연장은 연습실과 창작공간을 품은 채로 새롭게 태어났다. 연극의 공간이 단지 상연의 장소가 아니라, 창작자와 시민이 함께 호흡하는 실험실로 재정의되는 순간이다.

개막은 16일 서울씨어터 202에서 진행되며, 첫 공연이 같은 날 시작된다. 한 달 동안 이어질 축제는 11월 16일까지 계속된다. 무대는 총 다섯 편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연출가전·작가전·세대공감전·기획초청전으로 나뉜다. 이 네 개의 섹션은 지난 10년 동안 '여성연극제'가 쌓아온 정체성과 다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무대에는 총 다섯 편의 신작과 초청작이 오른다. 축제의 시작을 여는 '연출가전'에는 극단 초인의 '낙월도'(천승세 작, 이상희 연출)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 202에서 공연된다.

이어 '작가전'에서는 극단 사개탐사의 '양심이 있다면'(이새로미 작, 박혜선 연출)이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프로젝트 한민규의 '말, 하지 않더라도'(김진아 작, 한민규 연출)가 11월 6일부터 9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은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창작극으로, 이번 연극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기획초청' 부문에는 씨어터 백의 '더 클래스'(마트야스 주판치치 작, 백순원 연출)가 포함됐다. 이 작품은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공연되며, 세르비아 작가 마트야스 주판치치의 희곡을 국내 여성 연출가가 새롭게 해석한 무대다.

'세대공감전'에서는 에이치프로젝트의 '서찰을 전하는 아이'(한윤섭 작, 준 연출)가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된다.

다섯 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세대의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여성연극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 모든 공연은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 202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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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10월 24일 서울연극센터 3층 스튜디오에서는 한국 무대미술의 선구자 신선희가 '세대공감 강연'을 진행한다. 신선희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국 무대미술의 시각 언어를 새롭게 써온 인물이다. 이번 강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세대 간 미감의 변화를 통해 '공간이 어떻게 사고를 바꿀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11월 7일에는 제1세대 여성 극작가 박현숙, 김자림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서울연극창작센터 2층 연극인라운지에서 열린다.

두 사람은 1950~60년대 연극계에서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를 기록했던 선구자들이다. 오랜 세월 잊혀졌던 이름들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다시 호명된다. 단순한 기념을 넘어, 한국 여성연극의 뿌리를 되살리는 의미 깊은 자리다.

한편 시민을 위한 무대도 준비됐다.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서울씨어터 202에서 열리는 '시민독백대회'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경연이다. 참가비는 2만 원이며, 신청은 10월 19일까지 가능하다. 대상부터 인기상까지 총 9명이 선정되어 상장과 상금이 수여된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한 줄의 연극'을 무대 위에 남기게 된다. 시민이 배우가 되고, 무대가 일상이 되는 순간, '여성연극제'는 비로소 이름 그대로의 축제가 된다.

'여성연극제'는 2013년 '한국여성극작가전'으로 시작해 2021년 현재의 명칭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여성연극인의 도약과 비상을 목표로 출범한 이 축제는 신진 창작자 발굴과 경력단절 여성 예술인 지원을 중심으로, 시민과 창작자가 함께 즐기는 연극 한마당으로 자리매김했다. 10년의 시간을 거치며 연출가, 극작가를 비롯한 다양한 창작자들이 이 무대를 통해 소개되어 왔으며, 여성연극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

제10회 '여성연극제'에는 '낙월도', '양심이 있다면', '말, 하지 않더라도', '더 클래스', '서찰을 전하는 아이' 등 다섯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각 작품은 서로 다른 세대의 창작자들이 참여해 여성연극의 다양성과 연대의 의미를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축제는 10년 동안 이어온 여성 창작자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예술이 시대와 사회를 잇는 언어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10주년을 맞아 '연대'와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여성이라는 이름을 넘어, 모든 창작자들이 함께 서사를 확장해 가는 축제를 지향한다. 이제 이 축제는 '누구의 이야기인가'보다 '누가 다음 장을 써 내려갈 것인가'를 묻는다.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다섯 편의 무대와 세 번의 부대행사, 그리고 수많은 관객의 응시가 쌓이며 또 하나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그 시간의 무게가 한국연극의 새로운 10년을 연다. 무대는 이미 준비되었다. 이제 관객의 시선이 다시 조명을 켠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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