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컬처웍스, 세계 최초로 영화관을 무대로 활용한 체험형 공연 선보여
"영화관, 단순 관람 공간에서 벗어나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야"
|
관객이 직접 공간을 탐험하며 공연에 참여하는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몰입형 극장)' 작품 '슬립노모어 서울'의 풍경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히치콕 스타일로 재해석한 이 공연은 2003년 런던 초연 이후 뉴욕, 상하이에서 265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새로운 공연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극장은 이 공연을 위해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재현한 '매키탄 호텔'로 재탄생했다. 25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7층 규모의 공간에는 100여 개의 방이 조성됐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어디로 갈지, 누구를 따라갈지 스스로 선택한다.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짓만으로 진행되는 '논버벌' 방식이라 언어 장벽도 없다.
제작사 미쓰잭슨의 박주영 대표는 "관객이 그날 어떤 장면을 보고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같은 공연을 세 번 봐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뷰 공연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한 슬립노모어는 재관람률도 높다. 다만 인기 캐릭터 주변에 관객이 몰려 혼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대표는 "재관람객이 늘면서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이 분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
좀비에게 점령당한 영화관이라는 설정의 이 공연에서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있지 않는다. 스크린 영상과 배우들의 실제 연기가 어우러진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며,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윤세인 롯데컬처웍스 라이브사업팀장은 "코로나19 이후 OTT 플랫폼 성장으로 극장 관객이 줄면서 영화관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앞으로 다양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로 관객이 주체적으로 즐기는 극장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박주영 대표는 "처음 뉴욕에서 슬립노모어를 봤을 때 느낀 전율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이런 경험이 국내 창작자들에게도 자극이 돼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다만 높은 제작비 부담과 수익성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슬립노모어 서울은 25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장기 흥행이 필수적이다. 또 폭력성과 노출 장면 때문에 19세 관람가로 제한돼 관객층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공연업계는 체험형 공연을 주목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관객 참여형 콘텐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영화관이 단순 관람 공간에서 벗어나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