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와 세 번째 호흡 "싫은 점 하나 없던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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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우빈은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마친 소회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천 년을 살아온 존재 '지니'로 분해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선함의 가능성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지난 3일 공개된 이 작품은 천 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이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지니와 감정을 모르는 가영이 목숨을 건 내기를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이어진다.
김우빈은 이번 작품에 대해 "세상에 없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 자체가 설렘이었다"고 말했다. "지니는 인간이 아니니까 감정선뿐 아니라 리듬·표정·행동 하나하나까지 달라야 했어요. 한없이 하찮다가도 순간적으로 잔인해지는 그 온도 차이를 스위치처럼 표현하려고 했죠. 지니의 시그니처 손짓도 수백 가지를 해봤는데 결국 첫 번째 동작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과거의 지니도 같은 손짓을 하는 설정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김은숙 작가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첫 대본을 받았을 때의 인상은 확신에 가까웠다. "싫은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작가님 특유의 유머도 좋았고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질문들도 참 좋았어요. 저에게 맡겨주신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라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는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결국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사람의 본질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선한 선택을 하고야 마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중심을 잃지 않는 일'이었다. "이 캐릭터는 폭넓은 감정을 오가요. 변화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감정의 단계와 리듬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했어요." 특히 그가 가장 부담을 느꼈던 건 아랍어 대사였다. "선생님이 녹음해 주신 파일을 한 문장당 천 번쯤 들었어요. 제 대사가 52문장이었으니까 5만 회 넘게 들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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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과정에서 연출 교체라는 변수를 겪었다. 당초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나 중도 하차했고 이후 안길호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아 후반부 연출을 맡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현장은 늘 변수가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주연으로서 책임감을 더 크게 느꼈고 안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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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은 꾸준히 '도전하는 배우'로 불린다. '외계+인'의 가드, '지니'까지 세상에 없던 캐릭터들을 그만의 색깔로 완성해 내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세상에 없던 캐릭터를 만든다는 부담이 없진 않지만 그만큼 새로움을 마주하는 기쁨이 커요. 이런 기회를 주신 것 자체가 고맙고요. 작품이라는 건 결국 여러 요소가 잘 맞아야 완성되는 거잖아요. 아직 요령이 생겼다고 할 순 없지만 마음의 여유는 조금 생긴 것 같아요. 특히 컴퓨터그래픽(CG) 연기는 많이 경험해 와서 이제는 두려움이 덜한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