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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작가는 사라질 듯한 형상들과 섬세한 붓질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소소하지만 미묘한 감정들에 주목한다. 특정 색채를 감정과 대응시키거나 은유적 형상을 통해 복합적인 내면의 상태를 드러내며 감정을 날것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응시와 사유의 과정을 거쳐 화면에 읊조리듯 옮겨낸다. 그의 회화는 '지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파동을 섬세하게 시각화하며 카타르시스적 경험을 유도한다.
이경희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억압된 감정과 욕망이나 내적 불안을 관조하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주목한다. 이는 불교의 연기사상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물질적 욕망과 권력 중심의 현대 자본주의를 넘어선 '공(空)'의 세계를 탐구한다.
두 여성 작가는 기존의 표현주의 회화가 보여주던 격정적인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관조와 사유를 통해 변화하는 의식의 흐름과 시간성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명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을 시각화함으로써 관람자에게 단순한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세세한 극존재의 떨림을 체험하게 한다는 면에서 관람객에게 가을소묘처럼 무한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