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이틀간 극장 상영으로 255억 벌어들인 '케데헌' 이후 변화 감지
기존 영화사 반발·수익 배분 등 문제 산적…결국 경계 허물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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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지난 8일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오는 22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을 극장에서 개봉한다. 두 편 모두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경력을 지닌 연출자들이 지휘봉을 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하우스…'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프랑켄슈타인'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들과 만났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들 가운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드 니로·알 파치노가 출연한 '아이리시맨'과 '하우스…' '프랑켄슈타인' 등처럼 유명 감독과 톱스타들이 참여한 화제작들에 한해서만 자사 플랫폼 우선 공개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2019년부터 매년 2~6편씩 CGV 등 일부 극장에서의 선 개봉 방침을 이어 왔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이 같은 극장 상영 병행 전략이 내년부터는 서서히 달라지리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는 제한된 극장에서만 1~2주 동안 짧게 상영했지만, 향후에는 작품 성격에 따라 와이드 릴리즈 등 일반적인 상영 방식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케데헌'이라는 게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케데헌'은 온라인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8월 23~24일(현지시간) 미국 등 북미 지역 17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1800만 달러(약 255억원)를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또 추수감사절 연휴가 포함된 내년 11월에는 '바비'로 잘 알려진 그레타 거윅 감독의 판타지물 '나니아 연대기'가 객단가 높은 북미 1000 여 개 아이맥스(IMAX) 스크린에서 2주 동안 상영될 예정이다. '케데헌'에 이어 연타석으로 흥행에 성공할 경우, 이제껏 소극적이었던 넷플릭스의 극장 상영 병행 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극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주된 이유는 다양한 수익 창출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케데헌'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극장 상영을 통해 강력한 팬덤이 구축되고 나면,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과 굿즈 등 관련 상품들의 인기가 높이 치솟는데다 오래 가기 때문이다.
극장 배급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를 두루 경험한 한 영화인은 "미국만 놓고 보면 기존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반발과 수익 배분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넷플릭스의 본격적인 극장 진출이 당장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미국도 극장용 영화 제작 편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과 넷플릭스의 이해 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면 플랫폼 사이의 경계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