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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부동산 규제는 쉽고, 공급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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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10.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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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10·15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데다, 20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지정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불편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직접 "실수요자들이 겪는 불편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대신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정비사업 금융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정비사업 조합에만 지원하던 초기사업비 융자상품을 추진위원회 단계까지 확대하고, 한도도 60억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이주자 전세자금 대출 대상 역시 기존 재개발 조합원에서 재건축 조합원까지 넓혔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규제지역 지정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이주비 대출 한도 제한 등으로 인해 정비사업 추진 단지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이 지난 16일 "서울 시내에 쓸 만한 땅이 많지 않아 추가 공급 대책을 내기 쉽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공급 기반이 약화된 서울의 구조적 문제를 정부가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연말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자치구별·연도별 공급 계획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관련 계획을 세운 바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 어느 자치구에 언제까지 몇 가구를 조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공급 청사진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결국 물거품이 됐습니다.

보유세 강화나 거래세 인하 카드 역시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방세수, 공시가격 현실화율, 주택 수 조정 등 이른바 '고차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현실적 제약도 큽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 이후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택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채찍만 있고 그에 걸맞은 당근은 없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역대급 규제를 내놓은 만큼, 이에 상응하는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강경론자들 사이에서는 "보유세를 대폭 올려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유세 인상분이 임차인이나 다음 매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소득 여력이 부족한 고령층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습니다. 여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대해서도 공공뿐 아니라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해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속되는 여야 간 신경전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고 부동산 대책 지원 TF(전담조직)를 내일까지 꾸리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구 인선 등을 논의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 16일 국토부와 서울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여야정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결국 각자 노선을 걷게 된 것입니다.

정쟁이 이어질수록 주택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 대책 마련은 더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가 협력하더라도 국민 주거 안정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실수요자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는 쉽고, 공급은 어렵다'는 오래된 비판에 재차 부딪히지 않으려면, 보다 실효성 있는 공급 인센티브와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야당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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