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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지난 4일 자민당 총재에 오르며 총리 후보가 됐다. 하지만 26년간 자민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던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제2 야당인 보수 성향 유신회와 긴 협상 끝에 20일 새로운 연정에 전격 합의해 자민당 총재가 된지 17일 만에 총리에 오르게 됐다. 연정 상대인 유신회에도 극우 인사가 많아 '매파 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신회가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해 연정 결속력이 크게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여자 아베'로 불리며 국수주의 역사 인식을 줄곧 드러내 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며 현직 각료 시절에도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한일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자학 사관'으로 규정해 비판했다.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한국을 향해서는 "기어 오른다"는 표현을 사용해 외교 결례를 빚기도 했다. 일본 언론마저 다카이치 총리 강경 발언이 외교적 '급소'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언행을 당부하는 실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민당 총재 당선 직후 "총리가 되면 언동이 신중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며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과 협력이 필수"라고 제안했다. 이 때문인지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당선 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보류하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총재 선출 과정에도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겠다"며 "안보 환경을 고려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과거에 비해 온건한 태도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총재와 총리 선출을 위한 표 얻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어 완전한 태도 변화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첫 외교무대에 설 예정이다. 한일 정상 간의 첫 약식 회담도 예고돼 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이미 "극우 언행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외교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한 태도로 적절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마당을 함께 쓰는' 한국과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기보다는 안보 공조와 실리외교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어렵게 복원된 한일 관계가 다시 퇴행하지 않도록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