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현대·KAI는 AI체계 질주… 중소 부품기업은 데이터 장벽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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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한화에어로스페이스·시스템·오션)은 AI 기반의 HCX-25 무인전력모함, K9A3 자주포, HCX-25 무인함, AI 프리깃함 등을 공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는 KF-21·FA-50T MUM-T(유무인 복합 운용)를 시연했으며,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그룹)은 AI 자율항해체계를, 대한항공은 AI 드론 스웜(Drone Swarm, KUS-FS·KUS-FT UAV 등)을 선보였다.
AI와 센서·C4I(지휘통제체계)의 융합을 통해 '보여주기식 시연'이 아닌 실질적 전력화 플랫폼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전시의 이면에는 K-방산 산업생태계의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 "AI 데이터 접근조차 어렵다"… 중소기업의 절규
이번 전시회에서 만난 한 중견 방산 부품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AI 기반 시스템에 부품을 적용하려면 군용 데이터셋이 필요한데, 국방 데이터 접근권이 없어 개발 자체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보고서(2025)도 제조업 AI 연계 시 데이터 접근 애로를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체 AI 연구소를 두고 알고리즘을 내재화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수동 설계'와 '단순 납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방산 전문 컨설팅업체와 국내 증권사의 K-방산 상장 기업들에 대한 최근 재무 통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5개 방산 대기업의 R&D 투자비율은 매출의 평균 7.2%, 중소기업은 1.1%에 불과하다.
특히 AI·SW 인력 비중은 대기업 38%, 중소기업 6%로 디지털 인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다수의 중소기업은 AI 내재화 역량 부족으로 글로벌 수출용 무기체계 통합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ADEX 참가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자사 기술을 AI 복합체계에 연계할 능력이 없다"고 답했다.
△ 대기업 독주, 데이터 폐쇄 구조가 만든 '디지털 종속'
한국 방산산업의 공급망은 여전히 수직적 납품 구조(Value Chain 1.0)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이 설계·통합권을 독점하고 중소기업은 단순 공급에 그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기술·데이터·인증의 3중 격차가 산업 전반을 가르고 있다. 글로벌 인증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화, 현대, KAI, LIG넥스원 등은 이미 NATO AQAP·ITAR·CMMC 등 국제 방산 인증을 확보한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국내 조달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곧 수출 불모지화로 이어지고 있다.
△ 해외는 '공동 AI 허브'로 생태계 전환
글로벌 방산기업들은 이미 AI 공유 플랫폼을 통한 공동 혁신 생태계로 전환 중이다. 영국 BAE Systems는 협력사에 AI 모델과 데이터셋을 오픈소스로 제공하며 3년간 40여 개 중소기업과 공동개발을 진행했다. 프랑스 탈레스(Thales)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랩을 개방해 부품업체가 실제 무기체계의 운용환경을 가상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은 EU 펀드를 연계한 '중소 방산혁신펀드'를 운영하며, 공동 R&D와 수출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AI는 독점이 아닌 공유를 통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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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국도 이제 'K-방산 3.0' 생태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국방 AI 데이터 클라우드(Defence Data Cloud)를 구축해 중소기업도 비식별화된 군용 데이터셋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Defence Digital Sandbox 프로그램을 통해 AI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시험·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형 실험실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부·대기업·민간이 공동으로 방산 혁신펀드(Defence SME Innovation Fund)를 조성해 AI 설계, 경량화, 사이버보안 인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해외 전시·인증·수출 절차를 통합한 'K-Defense One Portal' 형태의 디지털 수출 허브를 구축해 중소기업의 독자 수출 통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 "AI는 무기의 뇌이자 산업의 심장"
ADEX 2025는 K-방산의 위상을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린 성공의 무대였다. 그러나 AI 혁신의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된다면, 그 산업은 곧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장(戰場)의 뇌이자 산업의 심장이다. 이제 그 심장이 대기업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뛰게 해야 한다. "K-방산의 미래 경쟁력은 더 이상 금속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 기술을 공유하는 국가만이 진정한 방산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