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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강덕 포항시장 “산업 다변화로 회색톤 철강도시를 컬러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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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국 기자

승인 : 2025. 11. 14. 09:12

이강덕포항시장_인터뷰1
이강덕 포항시장이 13일 시청 접견실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역 산업구조 재편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다.
오랜 기간 경북 포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철강도시'였다. 1970년부터 198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어진 총 4기의 포항제철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철강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도 아니다. 심지어 이 지역에 기반을 둔 52년 역사의 프로축구팀 명칭도 '포항 스틸러스'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강덕 포항시장의 시선은 철강 중심의 산업도시를 넘어 탄소중립과 혁신산업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더 폭넓고 높은 목표를 향해있다. 철강 등 제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물류, 마이스(MICE)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철강도시'에서 풍겼던 회색톤 이미지가 컬러풀해지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 온 우수한 도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협력 기반을 확장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포항은 이후 세계적인 철강 공업도시로 성장하며 국가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이차전지·바이오·수소 등 글로벌 산업 트렌드 및 탄소중립 기조에 부합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을 육성해 산업 구조를 다변화에 성공하고 있다.

더불어 녹색도시 조성 종합 정책인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역점적으로 추진하며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가시적인 결실을 거둬오며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점도 포항의 색깔이 더 화사해지는데 한몫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3대 신산업 분야에서 국가 특화단지로 지정된 것을 비롯해 기회발전특구, 기업혁신파크 등 핵심 국책사업에 연이어 선정됐다. 그린웨이 역시 지자체 최다인 5곳의 거점 도시숲이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승인된 것을 비롯해 산림청 모범도시숲, UN 해비타트 아시아도시경관상 등을 수상하며 녹색 정책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걸쳐 널리 인정받았다."

-겉모습만 화사해진 게 아니라 내실을 위한 기반도 탄탄하게 다져진 느낌이다

"우수한 연구개발(R&D) 인프라, 혁신 신산업 생태계, 해양관광자원 등 포항만의 강점을 활용해 AI산업, 마이스산업 등으로 더 많은 신성장엔진을 더욱 확보하고 있다. 특히 물류·에너지·기후·산업 전환의 새로운 축으로 향후 펼쳐질 북극항로의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하며 북극경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13~18일 포항시 대표단을 이끌고 영국 런던과 브레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를 방문한 것도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번 해외 출장을 통해 포항이 추진해온 탄소중립·신산업을 소개하는 등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을 공유했다. 또 우수인재 양성과 기업 유치의 핵심 인프라인 국제학교 설립, 북극항로 시대 지방정부 차원의 새로운 외교모델 구축 등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

-국정과제인 'AI 강국 도약'이 포항에겐 엄청난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렇다. 포항이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지난달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CEO의 오픈AI와 NeoAI 클라우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동남권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최종 확정된 게 바로 그것이다.

오픈AI가 AI 데이터센터 건립지 결정에 앞서 강조한 대목은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기에 충분한 전력 공급망을 갖췄느냐 여부였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 8월 AI 데이터센터 입지를 결정할 때 200MW 수준의 필요 전력을 제시했는데, 포항은 이 조건을 충족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은 현재 120MW 정도이고, 2028년 10월 동포항변전소를 준공하면 최소 200MW로 늘어난다.

또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해외로 연결하는 해저선망을 설치하기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춘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포스텍이나 한동대 같은 지역 기반 대학에서 AI 산업 현장에 즉각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크게 보면 대한민국이 AI 초강국으로 도약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포항에게도 엄청난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면 건설, 전력설비, 네트워크,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뒤따르고, 클라우드나 데이터분석, AI 응용 기업이 주변으로 모여드는 '2차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포인트다."

이강덕포항시장_인터뷰2
이강덕 포항시장이 13일 시청 접견실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업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가 완공되면 마이스 산업에서도 두각을 보일 것 같다

"포항시는 최근 세계 최대 지방정부회의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 세계총회 2027'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탄소중립, 녹색전환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유엔기후변화 글로벌혁신허브 워크숍(UN GIH. S.I.W), 탈탄소 철강 워크숍 등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글로벌 마이스도시로의 입지를 다져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ICLEI 세계총회는 전 세계 지방정부들이 3년 마다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등을 논의하는 권위있는 국제회의다. 2027년 10월 중 나흘간 100개국 지방정부와 국제기구·학계·시민사회 등 1000여명이 포항을 방문해 POEX 개관 후 첫 글로벌 행사로 신호탄을 쏠 전망이다.

이번 ICLEI 세계총회 유치를 계기로 온실가스 감축 등을 논의하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외교회의로 평가받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까지 유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글로벌 마이스 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현재 포항은 신산업 육성과 녹색도시 정책, 국제협력 성과가 결실을 맺으며, 철강 중심의 산업도시를 넘어 탄소중립과 혁신산업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미래 산업 전환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나아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

-지역의대 설립에 대한 의지도 자주 내비치고 있는데

"포항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이 자리잡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자랑할 만한 지역 명문대학이지만, 의과대학이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도시가 잘 되려면 여러 가지 기본 산업도 중요하지만, 의료 분야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대학병원 하나 없는 지역 의료 실정을 감안할 때 포스텍 의대는 꼭 만들고 싶다.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우수한 정주 여건까지 고루 갖춘 명품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의료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게 오랜 생각이다."

-최근 경북도지사 출마 의지를 거듭 내비쳤는데 결심 굳혔나

"지난달 21일 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북도지사 출마 여부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점을 처음 내비쳤다. 그리고 최근 한 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출마 여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세 번에 걸친 포항시장 임기 동안 시민들의 성원을 많이 받으며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성장의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제가 받은 모든 것을 시민들을 위해 돌려줘야 하는 게 제게 부여된 또다른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직 임기가 남은 현직 시장 신분으로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발언을 하는 게 적절치 않았고 생각해왔지만, 도지사 출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과 있다면 그것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지사 출마가)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지금은 현직 시장 신분으로 포항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7개월 여의 임기 동안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시정에 집중하겠다. 현재로서는 시장직에 충실히 임하며 포항 발전에 기여하는 게 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도리다."
장경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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