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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답을 찾다] ‘마을기업 육성’ 국가정책으로 전환… 경영 자립 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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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1. 04. 18:03

내년부터 5개년 기본계획 수립
판로·금융·컨설팅 등 간접 지원
공동 마케팅·홍보 지원도 추진
마을기업
3일 경북 안동시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2025년 마을기업 워크숍'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내년 8월 '마을기업 육성 및 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지침사업에서 국가정책사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지난 15년간 지자체 재정지원 중심으로 운영돼온 마을기업 육성사업이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되면서, 정부는 이제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닌 '자립형 생태계 구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4일 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내년부터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해 마을기업 정책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기업은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주민주도형 지역경제 모델'로, 현재 전국 17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연 매출 3000억원, 고용 1만400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 중 40%는 인구감소지역에 위치해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행안부는 재정지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마을기업의 경영자립을 유도하고, 판로·금융·컨설팅 등 간접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공공성과 기업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면서 지역 안에서 자원이 선순환되는 경제 체계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행안부 관계자는 "마을기업이 지역 주민의 협동과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경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행정 중심의 단기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한 장기 자립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을기업의 경쟁력은 상품 가격이나 품질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형성된 신뢰자본에 있다는 분석이다. 행안부는 교육과 금융 연계를 강화해 경영자립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금융기관과 협력해 사회적경제 전용 보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자체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공동 마케팅과 홍보 지원도 추진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인력난과 행정 공백이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신미애 전북특별자치도 금융사회적경제과장은 "운영인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행정업무를 전담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무장 제도와 인건비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북의 경우 117개 마을기업 중 절반 이상이 설립 10년을 넘긴 고령기업으로, 세무·회계 업무조차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협회 중심의 연대체계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마을기업협회는 그간 행정지원의 수혜자 역할에 머물러 왔지만, 이제는 현장의 대표 조직으로서 네트워크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정 한국마을기업중앙협회 부회장은 "개별기업 중심의 지원을 넘어 광역단위 공동 물류·마케팅 체계를 구축할 때"라며 "협회의 법적 지위와 자율성을 보장해 현장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협회와 시·도 연합회의 역할을 확대해 지역 생산품을 통합 브랜드로 묶고, 온라인몰과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공동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마을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공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행안부는 공공조달·정책금융과 연계 가능한 '사회적 가치지표(SVI)'를 개발을 검토중이며 경제성과뿐 아니라 공동체 기여도와 지역 환원 성과를 함께 평가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그동안 지침에 근거했던 사업이 이제 법적 토대를 갖춘 국가정책사업으로 격상됐다"며 "단순한 재정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판로·금융·컨설팅 등 간접지원을 강화해 마을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마을기업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 현장이 함께 새로운 30년을 설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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