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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지키는 충정로지구대…“실전 대응력, 국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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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5. 11. 06. 18:22

우리동네 지구대·파출소
독립문·서대문형무소 등 역사 유적 관할
'흉기피습 대응 교관' 손병철 대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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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충정로지구대 전경. /최민준 기자
"우리 지구대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한가하지 않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근처. 오르막길을 오르자 조용한 주택가 사이로 '경찰 마크'가 붙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충정로지구대다. 충정로에서는 20분이나 떨어진 지점이었다. 아시아투데이와 만난 손병철 충정로지구대장은 "우리 지구대는 충정로 자리에 있다가 이름은 그대로 가지고 이사를 왔다"며 "사실상 독립문지구대나 마찬가지"라며 농담을 던졌다.

충정로지구대가 관할하는 서대문구 옥천동·연천동·현저동 등 인근은 서울 한복판이지만 고층 빌딩보다 낮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생활형 동네'다. 지하철역과 큰길이 지나 사람들 간 발생하는 단순 민원 신고가 잦다. 대원들은 "대형 사건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발생하는 다툼이나 단순 신고가 많다. '민생 치안'을 유지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관리하는 초등학교만 4곳이라 등하교 시간이 되면 늘 순찰로 분주해진다. 광화문 시위 현장 지원에 나서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붙잡는 일도 있다. '조용하지만 한가하지 않은 곳', 충정로지구대의 하루다.

충정로지구대의 가장 큰 자랑은 '실전형' 대원들이다. 모두 내로라하는 '흉기 피습' 대응 전문가다. 손 대장은 전국 경찰들의 '흉기 피습 실전대응 훈련'을 담당하는 총괄 교관이다. 그만큼 대원들도 피습 대응과 총기 사용법에 능숙하다. 출동 대원들의 조끼에 '칼각'을 맞춘 채 진열된 총기, 테이저건, 무전기 등 각종 장비가 이를 보여줬다. 대원들은 "언제나 실제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자세"라고 했다.

손 대장은 직접 제작한 교재를 보여줬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소형 드릴을 들고 "총은 이렇게 뽑아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동작이 마치 '카우보이' 같다고 하자 그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총기 사용법, 피습 대응법을 아는 경찰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 지구대는 더욱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긴급 상황에 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지구대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충정로지구대는 특별히도 나이가 지긋한 이웃을 둘이나 가지고 있다.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다. 손 대장은 "우리 지구대와 역사를 함께하는 유적들"이라며 "대원들도 순찰을 돌 때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임한다"고 했다.

역사 유적지와 공원 등이 있어 근처 노숙인과 비행 청소년의 '집결지'가 될까봐 우려스럽지는 않을까. 개활지에 있는 유적들이다 보니 광화문이나 종묘처럼 낙서나 훼손이 걱정되지 않냐고 묻자 손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긴 민족의 아픈 기억을 가진 유적들이다. 사람들도 쉽게 함부로 못 대한다"며 "우리가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웃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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