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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럼펫 불던 청년, 쌀 농사 짓는 농부로 …“이젠 논이 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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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1. 11. 09:44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대 수 줄며 귀농 결정
"땅과 땀, 거짓말하지 않아…도전 가치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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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곡라이스컴퍼니 사장 '청년 농부' 전재영씨. /인터뷰이 제공
"벼는 농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어요. 트럼펫이나 발소리나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트럼펫 연주자였던 전재영씨(26)는 2년여 전 도시의 좁은 취업 문을 뒤로하고 논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이 줄며 음악가들의 무대가 사라지자 악기를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택한 것이다. 불안정한 음악 대신 '내 손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찾던 그는 매일 흙과 마주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고향인 경북 고령에서 '우곡라이스컴퍼니'라는 관련 기업까지 운영하고 있다.

-'농부'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음악은 누군가의 여유 속에서 들린다. 반면 쌀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내 손으로 누군가의 밥상을 채운다는 것이 좋았다. 도시에선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지만, 논에서는 내가 심지 않으면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다. 그 단순한 진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농촌 생활은 어떤가.
"여기선 하루가 내 리듬대로 흘러간다. 바쁠 때는 새벽 6시에 나가 해 질 무렵까지 논에 있는다. 몸은 힘들어도 내가 한 일의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 일한 만큼 자라는 벼를 보면 적어도 땅과 땀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처음 2~3년은 어르신들이 '애가 농사를 얼마나 알겠냐'며 믿지 않았다. 마을에서 막내이기 때문에 마을 일손도 많이 도와야 했다. 그래도 꾸준히 모를 키우고 벼를 수확하면서 조금씩 인정받았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먼저 찾아와 내 농사에도 신경 써주신다."

-'수확의 기쁨'은 어떤 느낌인가.
"논에서는 1년에 딱 한 번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모내기를 하고 3~4개월이 지나야 수확이 시작된다. 손으로 심은 벼가 노을 아래 황금빛으로 변해 눈 앞에 펼쳐지는데, 이 황홀한 순간을 보고 있으면 지난 1년간 고생했던 것이 한번에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청년 농부'라는 직업을 추천하는가.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꼭 자기 땅이 없어도 된다. 농기계나 기술만 익숙해도 다른 사람의 땅을 대신 관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 정부가 청년에게 땅이나 기계를 살 수 있는 자금은 많이 지원하지만 정작 그걸 다루는 기술이나 현장 노하우를 배울 기회는 부족하다. 기술 교육이나 실무 중심의 지원이 늘어난다면 청년 농부는 많아질 거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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