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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중대재해사고가 몇 차례 발생하면서 현장의 안전 의식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2일 거제사업장에서 '안전 혁신 선포식'을 열고, 전사 차원의 안전관리 체계를 새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철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은 모인 현장에서 안전 혁신에 나서야 한단 공감대와 열의가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화오션은 내년까지 2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자금을 안전 투자에 쓰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매해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예외는 아니다. HD현대는 조만간 '안전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기선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해 왔다. HD현대는 올해 3조5000억원 규모의 안전 투자 계획을 세우고, 현장 설비 개선과 선진 안전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일어나는 것은 대형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단 1건의 사고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소 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매년 이뤄지는 국정감사 소환의 원인이 되며, 때론 노조와의 갈등으로 확산된다. 중대재해사고는 단순한 산업 재해가 아니라, 기업의 신뢰와 명운을 좌우하는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마스가 프로젝트'와 각종 특수선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으로 여느 때보다 활기가 돌고 있다. 글로벌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생산라인은 연일 풀가동 상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조선소 평균 가동률은 101~102%, 삼성중공업은 116%에 달한다. 대대적인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안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성과 습관을 깨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세워도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효율과 납기를 최우선으로 여겨온 산업 구조 속에서도 이제는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물론 숙련 인력의 감각이 우선시돼온 업계 특성상 안전의식이 새롭게 구축되기까진 시간이 꽤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회사도 직원들도 이젠 '안전이 곧 품질'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멈추는 순간 오히려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선업계는 스스로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