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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존심 낮추고, 자존감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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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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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자존심(自尊心)과 자존감(自尊感)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마음이 결정되는 대상에 차이가 있다. 자존심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존심의 상처가 우울증을 가져오고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를 수석 졸업한 천재 학생이 공부를 더 하라는 교수의 권유를 뿌리치고 유명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는 날 뜻밖에도 천재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던 그는 분명히 수석으로 합격할 것으로 자신했는데, 수석은커녕 합격자 명단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그는 풀이 죽은 채 환호하는 합격자들을 뒤로하고 힘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돌아온 그는 그날 저녁 평생 처음 맛본 불합격에 자존심의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말았다.

다음날 가족들은 이미 숨을 거둔 그를 발견하고 큰 슬픔에 빠져 오열하고 있을 때 긴급전보로'합격 통지서'가 도착했다.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합격했던 것이고, 수석으로 합격하였기 때문에 일반 합격자 명단에 넣지 않고 별도로 적혀 있는 그의 이름을 실무자가 실수로 합격자 명단에서 빠뜨린 것이었다. 당시에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었으며, 회사의 실수로 천재를 죽였다고 비난하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그 천재 청년은 '자존심' 때문에 '자존감'을 포기한 사람이 되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자존심이 너무 강할 때, 또는 자존감이 지나치게 낮을 때이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평가하고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입시, 취업, 승진 등 우리 앞에 놓인 관문마다 경쟁이 따르고, 그것을 넘지 못하면 심한 열등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무사히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도 집, 차, 연봉 등이 남들보다 초라하게 느껴질 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아주 작게는 다른 사람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도 온종일 기분 상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존심이 너무 강한 사람은 쉽게 상처받는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반면에, 자존감이 지나치게 낮은 사람들은 나는 없고 남만 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남의 말에 잘 휘둘리며, 내가 책임지는 것을 주저한다. 자신의 삶은 없고, 모든 것을 남에게 의존한다.

따라서 자존심은 가능한 낮추어야 한다. 그러면 많은 기회와 행운을 얻게 된다. 자존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체면 때문에 사람들을 어려워할 필요도 없고,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고민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 상해서 잠 못 이루는 밤도 없어진다.

반면에, 자존감은 가능한 높여야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남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항상 긍정적으로 포용하고, 겸손하게 양보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다. 작은 일, 작은 생각, 작은 행동, 작은 약속 등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한 계단씩 실천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다이어트, 금연, 운동, 독서 등 어려운 결심도 끝까지 해낼 수 있다.

자존심은 속성상 타인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남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될 때 채워질 수 있는 감정이다. 경쟁에서는 매번 승리할 수 없으므로 항상 충족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존감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관계없이 스스로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나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다. 이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어 진취적 삶을 열어준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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