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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갤러리]김환기의 ‘답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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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1. 25. 10:12

투데이갤러리 김환기
답교(100×65.1cm oil on canvas 1954)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의 1954년작 '답교'는 그가 파리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제작됐다. 한국적 풍경과 정서를 고유한 조형 언어로 담아낸 희소한 초기 작업으로, 작가의 조형 탐구가 본격화되던 전환기의 면모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답교(踏橋)'는 정월대보름 풍속에서 유래한 말로, 다리를 밟으며 액운을 막고 건강과 복을 기원했던 행위를 뜻한다. 김환기는 이 전통적 모티프를 간결하고 절제된 시각 언어로 재구성했다.

푸른 하늘빛과 청회색이 어우러진 배경 위에 수직의 물줄기와 수평의 다리, 그 위를 건너는 인물, 붉은빛이 감도는 나무가 단색 면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화면 중앙에 자리한 크고 둥근 달은 마치 백자 항아리를 연상시키며, 청록빛이 스며든 밤 풍경 속에서 고요한 상징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단순화·구조화된 화면은 김환기가 구상적 형상을 벗어나 형태와 색을 감정의 언어로 다루기 시작한 시기적 특징을 반영한다. 이후 뉴욕 시기의 전면 점화(點畵)로 이어지는 순수 추상에 앞서, 그가 얼마나 깊이 한국의 전통과 정서에 천착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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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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