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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의회, 중국 고위급 방문 앞두고 “스마트폰 끄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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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11. 25. 15:46

의원·직원에 “와이파이·블루투스 전원 차단” 통보
중국 고위 정치인 방문에 호주 의회 “스마트폰 끄라” 지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자오러지 위원장이 11월 20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게리 브라운 뉴질랜드 하원의장과 회담을 가졌다./신화 연합
호주 연방의회가 25일(현지시간)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공식 방문을 앞두고 의원·직원들에게 이례적인 보안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나인뉴스는 이날 의회 사무처가 자오 위원장의 동선 인근에 있는 모든 의원과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의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 기능을 완전히 끌 것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의회 사무국은 와이파이 차단과 함께 위원장 방문 시 사무실의 창문 블라인드를 내리고, 사무실 문을 닫으며, 모든 전자기기를 최신 보안 패치 상태로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현지 언론은 호주 의회가 과거에도 외국 정상 방문 시 보안 검색과 동선 통제를 해왔으나, 개인 전자기기의 와이파이·블루투스까지 강제로 차단하라는 지시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자오 위원장은 전날 샘 모스틴 호주 총독을 예방한 데 이어 의회 공식 만찬에 참석했으며, 25일에는 밀턴 딕 하원의장과 수 전라이트 상원의장의 초청으로 연방 의회를 찾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부 여당 의원인 아만다 리슈워스 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 대표단 방문은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일정”이라며 “보안 조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녹색당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은 “한 사람 지나간다고 의회 전체가 마비되는 수준이라면, 우리 의회의 사이버 보안 시스템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호주 의회의 이런 이례적 조치는 이달 초 호주 호주보안정보부(ASIO)가 내린 경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SIO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해커들이 호주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고강도 파괴공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마이크 버지스 ASIO 국장은 지난 11일 멜버른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중국 정부와 군이 후원하는 해킹 그룹인 ‘솔트 타이푼’과 ‘볼트 타이푼’이 호주 통신망뿐 아니라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침투해 경제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보타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솔트 타이푼은 미국 통신 시스템에 침투한 사례를 넘어 호주 통신망도 탐색 중이며, 볼트 타이푼은 미국 괌 지역 군사 네트워크를 타깃으로 한 고의적 파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버지스 국장은 “이들 그룹은 단순한 정보 도난을 넘어,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은밀한 접근을 유지해 위기 시점에 사보타주를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사이버 공격은 물 공급, 전력망, 은행 시스템, 교통 네트워크 등에 광범위한 중단을 초래할 수 있으며, 호주 경제에만 작년 기준 125억 호주달러(약 11조원)의 피해를 입혔다고 추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발언을 "허위 내러티브"라고 강하게 반박했지만, 버지스 국장은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러시아가 한층 공격적이고 무모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호주가 이미 '고강도 사보타주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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