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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전기차 캐즘, 미국발 관세 장벽,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 등 전례없는 복합위기의 파고를 맞고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불확실성 시대. 이러한 정글을 헤쳐 나가는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는 어쩌면 주토피아적 세계관과 닮아있다. 한가지 방식 만을 고집하지 않는 전략적 다양성은 현대차그룹이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는 힘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25% 관세 위협은 올해 현대차그룹을 압박한 가장 큰 그림자였다. 그럼에도 생태계 자체를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단순히 비용 증가를 우려한 수세적 태도가 아닌 북미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컨틴전시 플랜 등을 가동하며 유연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단순한 단기 대응이 아닌 구조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전략이었다.
파워트레인 등 기술 전략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뚜렷하다. 전기차에 '올인'하기 보다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것은 전기차 캐즘이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신의 한 수가 됐다. 특정 지역 정책이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더라도 기업 전체의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한 전략은 적중했다.
조직 리더십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이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외국인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선임했다. 이는 순혈주의를 넘어 문화적, 경험적 배경이 다른 리더를 의사결정 정점에 올려 복잡한 글로벌 시장의 맥락을 읽어내겠다는 의지기도 했다. 최근 이노션 사장에는 그룹 계열사 최초로 영성 CEO가 선임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의선 회장 부임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특히 정의선 체제에서 강조되는 이른바 '현대웨이'에서도 이러한 다양성과 포용은 핵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 전략부터 조직 운영, 리더십 구성에 이르기까지 그룹 곳곳에서 실질적 행동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영화 속 주토피아가 이상적인 도시로 기능할 수 있었던 건 서로 다른 종의 특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조화롭게 녹여낸 구조적 단단함 덕분이었다. 현대차그룹 역시 다양한 전략과 배경을 가진 요소들을 결합해 자신들만의 복합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본격적인 시험대는 관세 파고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내년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그려나갈 '모빌리티 주토피아'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